버려야 할 것 도발과 생각들



배운게 식량작물이어서 전공에서는 전지, 적과, 적화라는 말이 익숙치 않다. 기호식품에 속하는 과일들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높이기 위해 앞의 것들을 부단히 노력하여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처음 해 보는 일이고 다만 이론만 알기에 한 달 정도 혼자서 연습을 해 봤는데, 어느 것을 버려야 할지 판단이 잘 안 났다. 처음에는 작은 가위로 약해서 올해는 못 쓰는 줄기들을 자르고, 다음에는 좀 더 튼튼한 가위로 과일이 있어서 부러질 것 같은 줄기를 잘랐다. 나중에 욕심이 생기고 겁이 좀 없어질 때 즈음에는 톱을 가지고 장발이 까까머리 된 것 마냥 속으로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훤히 잘라버렸다.

잘라도 산다. 잘라야 더 큰 과일이 생긴다. 잘라야 나무가 건강해진다. 정도의 상식과 지식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한 달이나 걸렸고, 이제 겨우 감이 잡혔다. 이 티끌의 경험으로 다시 작업자들에게 가르치고 상의하면서 전지를 하는데, 결과는 내가 처음 시작할 때 보다 당연히 더디고 느리다. 

나는 버려야 하는 것을 알기에 버리는 방법을 연습했다면, 이 사람들은 버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기에 올해도 과일이 열릴 가지를 버릴 수가 없어서 매번 용기를 잃게 된다. 아무리 설명해도 버리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 가진 것이 과일처럼 언젠가는 용도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있으면 절대 버리지 못한다. 이 사람들도 나뭇가지는 어렵게 어렵게 겨우 작은 줄기 쳐 내지만, 먹다 남은 봉지와 페트병은 보란 듯이 방금 작업하던 밭에 버리기도 하니까, 이유에 대한 불명확성이 행동을 결정짓는게 맞다.

해야할 때 하지 않고,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하면 그 동시간에 불편을 나누어야 할 모든 대상이들 함께 피해를 본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리해야 내일 할 일이 줄어들고, 후회도 줄어든다.

* 여담으로 스무살이 되어서 뒤늦게 옻 알러지가 생겼는데, 한동안 잊고 지내다 여기서 다시 만나서 애 먹는다. 매일 매일 버려야 할 가지들을 잘 버렸으면 잊던 두드러기를 다시 볼 일은 없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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