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과 식품은 다른가 (feat. 기후 위기 시대의 밥상)
당분간 베트남에서 농촌개발 ODA 업무를 하게 됐는데 동시에 캄보디아에서 농업과 기후변화 관련된 사업 제안서를 쓰고 있다. 제안서를 쓰고 이해관계자에게 설명을 하다보니 농업과 식품은 우리 현실에서 매우 밀접한데도 서로 연관지어서 생각을 하지는 못하는게 보인다.
식품과 환경 그리고 건강은 우리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단어들이다. 농업과 농사, 식량은 유사한 흐름으로 앞의 세 단어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요한 단어지만 보통은 관심이 없고 잘 모른다. 농업과 식품은 동의어가 아니지만 농업에서 식품이 나온다. 농업이 환경에 주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도 많다. 근본적인 질문인데 흙에서 밥상까지 먹거리는 어떻게 올까?
어떤 경로로든 지구가 생겨난 다음 뜨거운 용암이 식고 나서 한참 동안 지표면은 바위로 돼 있었다. 바위는 풍화를 거쳐 모래가 되고 모래는 다시 곰팡이들에 의해 더 작게 쪼개지고 유기물이 생겨나면서 흙이 된다. 비로서 육상식물이 살아갈 거처가 생긴 것이다. 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자라나는 식물들을 구분지어 야생식물이라고 한다. 반대로 흙이지만 씨앗을 뿌리고 가꾼 것을 작물이라고 한다. 이런 인위적인 과정을 더해지는 것을 농사라고 한다. 농사는 농부의 온전한 역할로 길러진 작물은 유통상인에 의해서 수집되고 흙을 털고 세척하거나 말리거나 얼리는 등의 과정을 거쳐 소매점에 판매되고 다시 우리 식탁으로 오게 된다. 또는 식당으로 가서 조리된 다음 우리가 먹게 된다.
농촌개발의 영역은 이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흙에서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고, 수확하고 가공 후 보관 한 뒤 운송하여 식탁까지 오는 과정을 다루면서 각 부분에서 농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어 더 좋은 흙을 만들어 같은 씨앗으로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할 수 있게 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서 더 오래 신선하게 저장할 수 있게 한다. 아니면 가공방법을 바꿔 소비자의 선호도가 더 높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식품은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가 직접 먹는 농산물, 식량은 사람이 먹거나 가축이나 어류가 먹는 것까지 포함된다. 쌀과 닭고기는 식품이지만, 옥수수는 식품이기도 하고 식량이기도 하다.
기후위기의 시대에서 농업과 환경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농업활동에서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트랙터를 이용하면서 이산화탄소, 아황산질소 등이 발생한다. 먹거리를 우리 식탁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먹거리의 이동거리가 멀면 멀수록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게다가 먹고 남은 음식물쓰레기의 처리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물론 고형폐기물과 폐수도 발생한다. 반면 농사를 짓는 행위 자체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도 한다. 넓은 면적의 작물들은 당연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광합성을 통해 탄수화물을 만들어 낸다.
온실가스감축을 위한 노력에 있어 농업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먹지 않고 살수는 없고 근본적으로 흙에서 시작된 식물을 특히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농촌개발의 영역이 기후변화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이유다.
스마트농장은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효과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난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더이상 흙에서 작물을 기르지 않는다. 흙을 대체하여 어떤 것이든 뿌리가 붙을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고 양액으로 비료를 준다. 최소한의 에너지 소비를 통해 원하는 작물을 원하는 때에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수확 과정에서도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었다. 특히 이들 농장은 전기를 통해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농기계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배출도 줄여주게 되었다. 전통적인 농업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만 기상현상에 대해 대비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전통적인 농업의 개념은 차츰 변화하고 있다. 흙에서 기르고 태양과 빗물에만 의존했던 농업이 이제는 흙도 필요없고 날씨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더 적은 투입으로 같거나 더 많은 생산을 하게 되면서 효율은 극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농업과 식품은 같은 말일까? 농업과 기후변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근본적으로 제기하고자 했던 질문은 기후위기에 적응하면서 환경에도 위해를 가하지 않으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우리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는 농업과 환경, 그리고 식탁 위 식품이 다같은 맥락에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올바른 소비가 있어야지 건강한 식탁, 건강한 농촌, 건강한 지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