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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음식에 대한 감사함

by chongdowon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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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애플망고를 생산하면서 일반판매를 하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대부분은 아주 고맙게 받아들이지만 가끔은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농산물은 가급적이면 잘 나누어 먹지 않게 된다. 어떤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고, 혼자가 다 먹지 못할 수도 있어서 받았다가 짐이 되고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히 받을 생각이 없으면 거절하는게 맞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받는 농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내 손에 들어온 만원의 가치가 실제로는 얼마나 더 큰 가치가 있는지 알면 쉽게 받은 것을 하찮게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1. 대략적인 농산물 유통단계

동물과 식물을 나누어서 계산해 보자.

 

1)소는 농가에서 판매될 때 계근을 하고 중량으로 판매된다. 예를 들어 소가 1,000kg이고 kg 당 5천원에 팔린다면 5백만원에는 송아지가격, 비육기간의 사료가격, 시설비, 인건비 등이 포함된다. 팔려간 소는 운송비와 경매장의 수익이 다시 반영되어 도축장으로 넘어간다. 도축을 하면 살코기는 60% 정도 나오고, 나머지는 배설물, 피, 털 등 폐기 또는 퇴비화 할 수 있는 부산물이 나온다. 그리고 내장, 뼈 등 다시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들도 나온다. 살코기는 정육점 등 최종소비자가 가져가기 직전의 장소로 이동된다. 이 과정에서도 운송비, 마진 등이 더해지고 정육점에서는 다시 인건비, 보관비, 손실보존비 등이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캄보디아의 경우 농가에서 kg당 2.5불인 소는 소매에서 10불에 판매된다.

 

2)수출용 신선망고를 보면 원가(임대료, 비료, 농약, 제초, 관리, 수확 등의 비용)를 감안하지 않고 농장에서 kg당 500원에 팔린 망고는 1차 수집되어 검역장으로 이동된다. 선별, 세척, 훈증, 건조, 포장 등의 과정을 거친 다음 육상운송, 항공운송을 통해 한국에 도착하면 다시 유통업체의 창고로 이동된 다음 각 가정으로 배송되거나, 다시 선별되어 재포장하여 각 가정으로 운송된다. 농장 출하 직후 최소 2번의 선별과 3번의 운송을 통해 비용이 더해지고 최종적으로 한국의 소비자는 신선망고를 kg당 5천원에 사 먹게 된다.

 

3)내수용 망고도 크게 차이는 없는데 kg당 100원에 팔린 망고는 2~3단계의 중간상인을 거치면서 최종소비자는 1천원에 구매하게 된다.

 

2. 유통과 소비의 문제점 

1) 농산물 내수생산, 내수소비의 문제점 : 어떤 구매력을 가진 사람이 농산물을 구입하는지에 따라 싸거나 비싸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농민이 가져가는 실제 수익은 판매가격의 1/1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이것은 농가의 생산원가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 수입 농산물의 문제점 : 많은 단계를 거치더라도 국제무역이 활성화되면서 대해양시대 이래로 농산물은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다. 소비자는 다소간의 불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한 과정을 생각하면 최종 구매가격은 합당하다. 하지만 더 싼 지대, 더 싼 인건비를 기반으로 생산된 대부분의 농산물이 소비되면서 그 이익은 생산지의 농가나 지역 경제에 돌아가지 않는다. 망고나 바나나 같은 노동집약적인 열대과일을 생산하는 임금농들은 일당으로 한국에서 망고 1kg 사 먹기 어렵다.

 

3) 물발자국, 탄소발자국 : 최종소비자의 구매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비용이 다시 여기에서 발생한다. 간단하게는 구매 후 먹고나서 남는 쓰레기들 껍질, 씨앗, 남은 부분 등 이 모든 것은 처리비용이 들어간다. 소비자는 금전적으로 쓰레기배출비용을 부담하겠지만 국가와 사회 그리고 지구는 쓰레기를 처리하고 다음 세대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데 많은 시간도 소모된다.

농산물을 수입해서 소비할 경우 조금 복잡하고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망고 생산지에서는 화학비료나 석유를 사용하면서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끝이나지만, 소비지에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쓰레기처리비용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이들 쓰레기가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탄소는 먼 땅에서 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쓰레기와 달리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생산지에서는 풍부한 강우량을 기반으로 망고를 생산해서 생체중의 60%이상이 물인 과즙 풍부한 망고를 수출하게 되면 그만큼 수자원사용에 대한 비용이 반영되어야 하지만 실제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만약 연간 강우량이 1000mm가 채 되지 않는 지역에서 망고를 생산한다면 과연 지금의 가격으로 팔 수 있을까?

 

3. 결론 : 자유무역시대에 장점은 더 싼 곳에서 필요한 것을 수급하는데 있다. 그것이 먹거리 뿐만 아니라 각종 제조업에도 포함된다. 흔히 사용하는 손가락 크기의 외장형메모리 역시 광물을 채취하고 운송하고 정제하고 공장에서 만들고 다시 전세계로 수출된다. 누구도 이 저렴한 메모리 하나를 사용하면서 광물 채취과정의 환경파괴, 운송과정의 화석연료 사용, 생산공장에서의 노동자인권 등은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소매 가격 그 이면에는 더 많은 평가되지 못하고 반영되지 않은 가격과 가치가 존재한다.

그러니 감사히 소비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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