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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상상력과 동물복지

by chongdowon 202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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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꿈을 꾼다. 동물도 꿈을 꾸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의 꿈은 기억을 각색하여 이야기로 구성하여 나타나는데 상상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기 때문에 내일에 대해 걱정한다. 인간도 오늘만 걱정하던 시기에는 내일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당장의 어렴움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수렵채취의 시간에서 농경의 시대로 들어가면서 오늘 보다는 다음 수확이 있을 시기, 수확하기 전까지의 식량문제를 상상하면서 걱정했을 것이다. 미신이나 종교가 발생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을 것이다.

세번째 돼지를 들여왔다. 제일 처음에는 잘 자랄까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동물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두번째 돼지를 키워보니 명확하게 드러났다. 과연 울타리 안이 얼마나 좁은지는 직접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가축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돼지는 충분한 음식과 안락한 환경만 조성되면 큰 불만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물어보지 않아서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한번도 스스로 문을 뚫고 나간 적이 없고 몇 번 문이 열려 있었을 때 멀리 가지 않고 마당에만 머물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생활환경은 만족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혼자라서 외로운지 자꾸만 옆집에 있는 개한테 다가가는 모습은 여러번 보긴했다.

적어도 이 돼지들은 내가 기르는 우리 안에서 살아있는 동안은 행복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어떤 장소에서 태어났더라도 고기용으로 태어난 돼지들은 결국엔 죽어서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게 될텐데, 이 정도의 환경이라면 충분한 동물복지가 된게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나 영장류라면 조건이 다를 것 같다. 인터넷에서 자주 나오면 조건실험인 일정면적에 일정시간을 버티면 상당량의 금전적 보상을 준다라는 내용이다. 개체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타인과 교류가 없는 히키고모리라면 몇가지 조건이 맞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 외 사회적 교류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지라는 조건에 금전적 결과물은 수많은 요소 중에 작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도 꿈과 상상력이 없고 내일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도 만족할 수 있다면, 그저 밥만 제때 먹으면 복지가 완성될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인간 삶은 꿈과 상상력은 있고 희망도 필요한데 가축처럼 밥만 먹는 삶을 거부하기 때문에 발전이 있기도 하지만 절망하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인간 복지를 위해서는 밥과 공간 그리고 희망까지 채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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