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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정신이라는 착각

by chongdowon 202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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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슈테르처, 제정신이라는 착각, 김영사, 2023.9.25, 구글전자책

일단 이 책은 내가 읽기에 내용이 어렵다. 다루는 소재는 단순한데 풀어가는 과정이 험난하다.

정신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모호하다. 누구나 확실하게 정상 또는 비정상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 뇌는 지각을 통해 받아들인 정보를 인지과정을 거치게 된다. 편집증처럼 과도한 인지의 결과가 무조건 나쁜다고만은 할 수 없다. 화재경보기가 과할 정도로 예민하게 설계되어 안전을 지켜주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해석의 상황이나 결과가 시대에 따라 적합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가량 같은 길을 반복해서 가는데 위험으로 판단하고 회피할 경우 기회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지만 위험으로 판단하지 않은 한번의 경우에 길에서 죽게 되면 과연 어떤 판단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시대에 따라 조현병이나 망상은 도움이 됐을 수 있다. 조현병으로 헛것을 보는 사람이 제사장이나 무당의 역할을 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고 접촉한다고 믿어질 수 있고, 이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될 수 있고 예측 불가능한 자연상태를 예측하는 것처럼 보여 안도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합리적 사고는 많은 상황에서 기능적이다. 세대를 거치면서 기능이 도태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뇌가 지각을 하고 인지를 하는 과정은 누구나 같지만 인식적 비합리성이 생겨나는 매커니즘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또는 비중을 어떻게 두는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비합리성과 다른 이들의 비합리성을 알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이해하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망상증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확신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확신이 생겨나는 것은 감각기관이 뇌에 전달하는 불확실한 정보를 이해하기 위한 것인데 현실과 동떨어진 확신을 가진 경우 질병의 표징으로 보게 된다.

지각 : 감각적 정보의 초기 처리 과정. 감각을 느껴서 아는 것. 시각 청각 촉각 통각 고유수용성감각
인지 : 지각한 것을 인식하고 이해한 뒤 판단하는 총체적인 정신적 과정

이하 내용은 본문에서 발췌함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가 확연히 나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은 결정을 내리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수단이다. 그러나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경향은 참으로 위험하다.

우리 세계상이 환상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때는 현실과 더 많이 일치하고, 오느 때는 더 적게 일치하는 환이다. 더 적게 일치할수록 제정신이 아닌 것이 된다. 하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망상은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상적 사고 역시 우리 생각만큼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우리는 모두 제정신이 아닌 것은 아니다.

기존 확신을 고수하는 현상을 개념적 보수주의라고도 한다. 소위 확증 편향이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확증 편향이란 기존 확신을 확인해주는 정보를 주로 찾거나, 이런 확신에 부합하는 정보를 지각하거나 그런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말한다. 개념적 보수주의는 역화효과로 강화된다. 역화효과는 신념에 위배되는 사실이 제시될 때 시념이 도리어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인지편향은 종종 비합리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 인지편향을 하고 있음을 의지하지 못하는 현상도 그 자체로 인지편향으로서 맹점 편향이라 불린다.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도구가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지 예측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해야 한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의 마음 상태를 예측해야 한다.

반대되는 증거가 있는데도 변치 않는 확신이 망상이다. 당뇨나 고혈압이 만연한 것과 비슷하게 건강한 사람도 어느 정도 망상적 사고의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뇌는 자신의 예측과 종종 주어지는 불확실한 감각 데이터를 종합해 세상에 대한 지각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지각은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과정이다. 뇌는 자신의 블랙박스 바깥세상에서 직접적으로접근할 수없기 때문에 가설적 모델을 사용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를 생성 모델이라고 부른다.

뇌가 예측에 너무 낮은 정확성을 부여하고 감각 데이터에 너무 높은 정확성을 부여하면 이런 감각 데이터로 인해 계속 새롭게 놀랄 것이다. 예측처리 이론에 의하면 뇌는 엄밀히 말해 예측 기계일 뿐 아니라 정확성 가중치 부여 기계이기도 한 것이다.
확신은 보통 높은 등급의 추상성을 지닌다. 확신은 정확성 높은 예측.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세계를 만든다. 우리 뇌가 진실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생존과 재생산 가능성을 최대화하는 의미에서의 유용성을 가장 중요한 기존으로 삼는 예측 기계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망상적 설명을 통해 감각 데이터와 예측 사이, 지각과 확신 사이의 불일치가 해소된다. 그리하여 아주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망상은 혼란스러워 보이는 세상에 다시금 질서를 만들어 낸다.

설명할 수 없고 이상하게 생각되는 경험이 당사자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편집증적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주요 동인이다. 논리적 사고를 하지 못하거나 다른 인지적 결핍이 있어 이런 망상적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늘 걸려들곤 하는 '정상적'인지 편향이 망상을 만들어낸다. 확증 편향도 역할을 한다.

위계질서의 가장 높은 수준에는 인지적 예측이 위치한다. 추상적 사고에서의 예측이다. 확신도 거기에 속한다. 위계질서의 낮은 수준에서는 지가고가 직접 관련된 지작 예측이 이루어진다.

망상적 확신은 최소한 실용적 의미에서 합리적일 수 있다. 혼란스럽고 통제할 수 없게 다가오는 현실 세계보다 통제감을 가지고 돌아버린 세상에 사는 것이 나은지도 모른다. 망상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종교에 심취한 사람보다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예측과 감각 데이터 사이의 균형이 무너져 예측에 대한 비중이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망상 경향이 심한 사람들과 조현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망상 경향이 별로 없는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인지적 확증 편향이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망성적 확신이 교정불가능 것이 이로써 설명된다. 새로운 정보가 나와도 기존 확신에 맞는 것만 선택적으로 지각하기 때문이다.

편집증적 망상은 감정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 극심하게 힘든 상황에서 믿음 형성 기계가 무너지는 걸 막아준다.
건강한 사람들의 편집증적 사고도 그들의 불안을 줄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망상적 확신이 불안을 덜어주므로 장기적으로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이해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것에 대해 인식적으로 합리적 설명을 찾느라 한정된 에너지를 쓰지 않고도 직접적으로 생존과 번식에 중요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신이 생겨난 상황이 힘들수록, 확신에서 얻는 심리적 이득이 클수록, 확신을 포기하기는 더더욱 힘이 든다.
편집증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람이 자신을 겨냥한다고 보는 반면,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모두를 겨냥한다고 본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 머릿속에서 확신이 생겨나는 것을 살펴보면, 망상 역시 다른 확신과 기본적으로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행되는 정도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며, 때로는 현실과의 접점이 별로 없어질 만큼 극단적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우리가 비합리적 확신을 갖는 경향은 시스템상의 결함도 맹장처럼 쓸모없는 것도 부수 현상도 아니다. 이것은 뇌의 아주 정상적인 기능 방식의 결과다.

설명하고 싶은 압박감이 클수록 우리는 아무 설명이든 기꺼이 믿는다. 설명이 모순을 없애주고 통제감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인식적 비합리적 확신은 그렇게 탄생했다.
망상이 나타날 만큼 인식적 비합리성 경향이 강하면 정신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예측과 감각 데이터의 밸런스가 변화할 때면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 쉽다.

모든 확신에는 그것이 틀릴 가능성이 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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