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 2020/06/01 22:22
한 지역의 농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농학이나 농경제가 아니라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농학에는 생물학, 재배학 등 기르는 행위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을 전달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의 시대에서는 같은 지역에서 똑같이 전달되는 농학적인 지식조차도 현장에 맞지 않을 수 있다.
한반도의 농업이 급격히 성장하게 된 계기는 논농사, 치수사업, 축경, 화학비료, 농업기계, 대형화 등으로 볼 수 있다. 농업용수를 위한 관개수리시설이 지금처럼 고도화되지 않았을 땐 둠벙이라는게 용수를 공급했다. 일종의 작은 연못으로 용수 공급은 물론 새우같은 민물고기도 공급했다. 충청도지역에는 이 민물새우(둠벙새우)를 재료로 한 요리도 있다. 이렇게 둠벙은 논에 필요한 용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존재해서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캄보디아에도 둠벙과 비슷한 저수지 문화가 있다. 대게 처음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이 캄보디아 저수지 농경 문화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데 우리 둠벙과 차이점이 있기도 하고, 둠벙문화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둠벙은 샘물에서 기반했다면 캄보디아의 '벙'(lake)은 - 재밌게도 캄보디아에서 호수나 저수지를 이르는 말도 벙이다. - 대체로 우기에 모여진 물이 건기의 끝까지 버티고 일부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면서 민물어족자원을 공급하는 기능도 한다. 캄보디아의 기상은 건기와 우기가 두드러지게 구분되는데, 이런 소규모의 저수지들은 지형적으로 낮은 곳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면서, 높은 지역의 침수를 막기도 한다.
논농사를 중심으로 보면 한국은 강우, 지하수, 관개수리시설 등 어떤 것에 의존하더라도 물은 반드시 퇴수로를 거쳐 강에서 큰강, 그리고 바다로 합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분은 재사용되거나 증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다에서 합수하게 된다.
캄보디아는 메콩강, 뚠레삽(강), 세산강 등 일부 수계에 연결되는 강들만 바다로 연결되고 대부분의 강우를 통한 물은 앞서 말한 농지 내 저수지에서 소멸한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해발수면 보다 낮기 때문에 물이 모여 바다로 가는 자연현상이 아주 드물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캄보디아 농부들은 농업과 어업을 동시에 한다. 우기 도래기에는 농업을 하고 본격적인 우기와 우기가 빠져나가는 시점에는 어부가 되어 물고기를 잡는다. 한편으로는 가을걷이 직전에 물 빼는 논에서 미꾸라지를 잡던 우리 농부들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이렇게 캄보디아 농업이 건기와 우기에 어떻게 순환하는지 어떤 유형의 관개수로 사업을 하면 좋을지 캄보디아 농경문화를 먼저 이해하면, 농업과 관련된 투자, 협업 등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728x90
'농업농촌, 기후변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랜테이션, 대규모영농, Large scale farm, Plantation (0) | 2023.03.29 |
---|---|
식량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0) | 2023.03.29 |
농업과 블록체인 기술 (0) | 2023.03.27 |
복합 플랜테이션 영농의 어려움 (0) | 2023.03.27 |
숙마 (Crotalaria juncea) (0) | 2023.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