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의 알콜도수가 점점 내려가다가 17도가 일반화되고 이제 후레시로 팔리게 되면서 갑자기 역한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 원래도 독주를 좋아하는데 그나마 그나마 20도가 넘을 때는 잘 못 느끼던 - 혹은 희석식 소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 역한 맛을 느끼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소주도 문제지만 다른 문제도 있다. 더운 지역에 살다 보니 소주를 마시기 전에 통과의례가 있는데 바로 맥주다. 소맥을 몇 잔 마시고 소주로 먹어가는데 이 맥주를 마시다 보니 배가 나온다. 안주 때문인가 싶어서 맥주만 마시는 날에는 견과류만 먹어본 적도 있는데 맥주를 한번 마시고 더부룩하게 나온 배는 일주일 이상 가라앉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맥주나 막걸리는 곡물을 발효시킨 상태로 마시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위스키 열풍이 불기 전에 캄보디아는 위스키가 싸기 때문에 좀 일찍 위스키로 갈아타게 되었다. 혹자들은 싼 위스키 가격을 보고 가짜가 아닌가 말하기도 하는데, 물론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짜는 아니고 각종 세금과 판매 마진의 차이 때문에 가격이 싼게 일반적인 이유다.
예를 들어 모든 위스키가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거나 한국보다 물가가 낮기 때문에 판매마진도 낮아서 가격이 싸게 책정될 수 있다. 최근 만난 위스키동호회 분의 말을 들어보면 프놈펜 소매점에 판매되는 동종의 위스키 가격이 인천공항 면세점 보다 8불 싸다고 한다.
위스키를 마셔도 날씨가 더울 때는 맥주를 한 캔씩 마셨는데 그 대안이 바로 하이볼이었다.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위스키 중 한 종류이며, 잔에 얼음과 위스키 그리고 탄산을 넣는게 하이볼이다. 하이볼이 좋은 점은 오늘 마실 위스키 한 병과 탄산 한 캔이 있으면 맥주, 소맥, 소주의 기능을 한번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걸 또 간단하게 만든 것이 하이볼RTD제품인데, 말 그대로 하이볼의 재료를 캔에 다 섞어 넣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시원하게 만들어 마시면 된다. 그래서 요즘 주로 마시는 것이 STRONG ZERO CHU HI다.
추하이는 소주하이볼의 줄인 말이고 스트롱은 기존 하이볼 RTD가 4도 였다면 이 제품은 아예 9도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그리고 zero는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았다는 의미다. 제품마다 라임, 오렌지, 포도 등 다양한 맛이 있는데 각 과일을 동결건조하여 술에 섞어 놓았다.
그런데 증류식 소주를 9도나 되는 도수로 만들어 팔면 과연 단가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500ml 캔이 소매 1.5불에 판매됨)
원료를 자세히 보면 일본에서 만든 VODKA라는게 나온다. 쌀을 원료로 하여 보드카과 같은 방법으로 제조되는데 희석식 소주에 사용되는 카사바원료 주정과 제조 방식이 똑같다. 쌀과 발효균을 섞은 뒤 연속증류하여 알콜 도수를 80도 이상 끌어 올려 사용한다. 당연히 쌀의 향미가 남아 있어 일반 증류식 소주와는 차이가 크지만 풍미는 일부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이 쌀 보드카를 원료로 한 추하이가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술을 정의할 때 명확해야 하는 것은 원료, 발효균, 가공방식(거름, 증류, 숙성 등), 마시는 방법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희석식 소주의 원료에 대해 공업용이니 뭐니 하는 말은 잘못됐다고 본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를 '소주'라고 부르는 것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원료가 소주와는 거리가 먼 카사바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하게 쌀로 연속 증류한 술을 보드카라고 한다. 왜냐면 원래 보드카 제조 방식이 연속 증류로 높은 도수를 만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자꾸 도수 낮추고 과일향 들어간 소주를 개발할 바에야 추하이 같은 포지션의 RTD 제품을 만들면 어떨지. 소주 병나발은 추해 보여도 라임소주 한캔 원샷 하는 건 덜 없어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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