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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사회를 좀 먹는 불법커미션 문화

by chongdowon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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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2 12:59

나는 80년대생으로 성인이 되었을 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적인 뒷돈 거래가 많이 사라졌다. 지금도 암암리에 뒷돈거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부터 연구비 카드가 그린카드라는게 생겨날 정도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았다.

 
캄보디아는 당연히 갈길이 멀지만 이런 불법뒷돈거래가 흔하게 있어 사회를 좀 먹는 병폐 중 하나다. 한빛미디어 박태웅의장이 얘기한 신용사회에 관한 것이다. 열차 개찰구에 검표원이 없고, 표 구매에서 하차까지 불필요하게 검증인력이 참여하지 않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신용사회 구축에는 시민의식, 운영체계 등이 먼저 만들어져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최근 망고를 수확해서 판매하는데 납품처 매입담당 직원이 매입가의 10%를 뒷돈으로 받기를 원했다. 이번 수확기에 처음으로 거래를 개시하는 것이어서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지만 거래를 시작했다. 매입처에서는 매입담당직원을 믿지 못할 것이고, 납품처를 회계처리가 안되는 뒷돈을 위해서 별도의 정산을 해야 한다. 또 일일이 돈을 만들어 직접 전달해야하는 불편함도 있다.
 
우리가 중간상인을 통해서 직접 파는 경우에도 담당직원이 중간상인으로부터 뒷돈을 받는 정황이 보이지만, 이 연결고리를 끊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큰 규모의 매입처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처럼 적은 물량이 출하되는 경우에 담당직원이 뒷돈을 받더라도 불과 100불 이내의 소액이다. 일년에 두차례 받을 수 있다면 이백불일텐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회사와 직원간에 신뢰를 깍아먹는 행동을 굳이 해야 할까?
반대로 이런 고민도 한다. 급여를 그 이상으로 올려주고 불법행위를 근절하라고 하면 과연 지켜질까? 여기에서 이미 회사와 직원간의 신뢰라는 것은 바닥에 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한 행위가 반복되면서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비용은 증가하고 효율은 떨어지게 되었다. 말 그대로 야금야금 조직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 내 뿐만 아니라 기업과 행정기관 사이에서도 같은 문제가 있다. 처음에는 은연중에, 은근슬쩍 그리고 나중에는 대놓고 얼마를 달라고 얘기한다.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고 이 사이에서 이 문제를 당연시 여겨야할지, 나도 받아들여야할지에 대해 고민과 괴리가 생긴다.
 
좋은 의도로 한국업체의 현지관리자를 다른 농장에게 소개한 적이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통장에 돈이 들어와서 화들짝 놀라 다시 돈을 되돌려 준 적이 있는데, 내가 청렴결백해서가 아니라 한번 불법임을 알면서 흘러들어가게 되면 나도 언젠가는 그냥 현지인에 불과하게 될 것이고, 여기서 농업을 할 의미가 없어진다.
 
부조리한 유통구조, 무능한 행정력, 시간이 지나도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대규모영농을 성공해야만 여기가 기회의 땅이 되는 것이지. 이들과 똑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일을 해서는 결코 돈 좀 더 버는 외국인노동자 한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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