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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어쨋든 부모로부터 받았다.

by chongdowon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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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1 15:17

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물려 받는데 육체, 생활환경, 금전, 사고 방식 등 그 중에서도 객체를 크게 결정짓는 것은 유전형질이다.

한 때는 남들보다 적게 가진 것에 대해 불만이 있었고, 물려 받을게 있기는 커녕 남은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싫었다. 그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안정적인 현실을 웃고 웃으며 살 수 있는 것 역시 부모로 부터 육체와 함께 유전형질을 받아서이다.
 
해야 하는 업무 중 크게 차지하는 것이 망고농장 관리인데 보통의 한국사람이라면 평생 겪을 수 없는 규모의 농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망고와 같은 옻나무 알러지가 있는데, 이건 엄마와 같다. 매년 망고 꽃이 피는 시기가 두번 돌아오는데 해마다 두번 극심한 알러지 때문에 일주일씩 고생한다. 안티히스타민제를 보통은 한알이면 급성알러지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삼일 연속으로 먹어도 잘 없어지지 않커니와 없어지더라고 여린 살은 다 문드러진다.
또 매일 풀밭을 걸어다니면서 살에 풀이 스치면 흔히 말하는 풀독이 올라서 상처나 생기거나 곪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같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목청껏 노래 부를 일이 별로 없지만 가끔 노래를 부르거나 무리하게 말을 많이 해도 목이 아프다. 정확하게 어떤 부위가 좋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찬 음료를 마셔도 똑같다. 이건 아빠와 같다. 최근에 알게 된 것은 원인은 여전히 모르지만 뜨거운 물을 특히 꿀물을 마시면 많이 해소가 되었다. 최근에는 프로폴리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증세가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얼마전까지는 차가운 소주와 맥주를 즐겨 마셨다. 이 역시 아빠와 같다. 항상 시원한 소주와 건식 안주를 즐겨 드셨는데 나도 똑같다. 요즘은 차갑게 먹지 않는 주류들을 마시긴 하지만 여전히 소주의 비중이 더 높다.
 
몸이 예민한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언급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부분의 내 몸뚱아리에는 자연환경에 취약한 부분이 많다. 이런 점들 때문에 부모를 탓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오히려 단점이 아니라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민한 만큼 조심히 사용하면 오히려 오래 쓸 수 있는 법이니까.
또 부모가 젊고 나를 낳고 키울 때는 안티히스타민이나 프로폴리스가 없거나 흔하지 않고, 이런 유형의 정보들이 주변에 없었다. 나는 가방에 넣어다니는 상비약들이 없어서 옻나무를 만지면 일주일 내내 고생하고, 좋아하는 찬소주를 마시면 아침마다 고생하는 모습을 나도 평생 지켜봤다.
 
이런 상비약이 있어야만 예민한 부분을 챙겨가며 오래 쓸 수 있는데 아빠엄마는 매일 마주치는 사소하지만 괴로움을 어떻게 참고 살았을까.
 
-- (한잔하고 수정함)
엄마는 동물 싫어하고 식물을 엄청 잘 다룬다. 아빠는 평생 벼농사 지었는데 벼는 커녕 트랙터도 잘 모르지만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은 항상 착 달라 붙는다. 닭을 부르고 어깨에 태우는건 일상이다. 
 
나는 둘 다 잘한다. 결국 두 분은 농사짓는게 싫고 어쩔 수 없이 했다지만 DNA가 수렴된 나를 보면 역시나 환경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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