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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냉동포장육의 몸값변화

by chongdowon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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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4 11:10

80년대 이전에는 유통망이 취약한 지방에서는 wet meat 상태로 공급되었는데, 아침 일찍 여러가지 부식을 실은 트럭이 동네를 돌면 엄마들은 급한대로 채소나 두부, 생선과 육류를 사서 아침 반찬을 하고 남는 것은 오후 상에도 올렸다. 

우리나라의 80년대 소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바뀐 것 중 하나는 식문화의 변화다. 소득의 증가와 함께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다량의 냉장냉동육이 공급되고, 가정에서는 장기보관하며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기억 나는 것이 우리 앞집은 흔히 말하는 점빵으로 술, 과자 같은 공산품 외에도 포장냉동육을 팔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수입산 저질의 냉동육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가끔은 양념냉동육도 있었는데, 해동 후 재판매가 어려운 고기를 양념에 절여서 다시 판매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참 클 나이의 우리 형제들은 늦게까지 논일을 마치고 가게집에서 한잔하신 뒤에 들고 오는 그 냉동육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얇게 저민 고기에 지방까지 많아서 구우면 사실 먹을게 별로 없었을 건데, 그 동물성 지방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취한 아버지 팔을 이끌고 고기를 구워 먹었나 보다. 양계산업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후라이드치킨이 국민 먹거리가 된 것처럼 한 때는 냉동육이 우리 식탁 한켠을 차지했었다.
 
시대가 변하고 저장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이제는 규제혁신의 일환으로 냉동식품을 해동 후 유통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꼈다. 많은 편법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냉동육을 먹는 것 자체를 해악시했는데, 냉동육의 제조과정은 위생상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조리과정에서 맛이 변질되고 세균의 오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용 조리도구가 발달하면서 생육을 냉장냉동으로 숙성시키거나, 해동 과정 자체가 조리과정에 포함되면서 더이상 냉동육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수입육은 냉장육보다 냉동육이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안전한 냉동육의 소비 촉진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신선육, 냉동육, 냉장육의 구분이 어려워지면 소비자는 온전히 판매자와 제도만을 믿고 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더 촘촘한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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