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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자연스러운 죽음

by chongdowon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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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체는 과정은 다르지만 태어나서 죽는 것으로 일생을 마친다. 태어나는 것부터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다. 모든 개체는 모개체로 부터 유전물질을 전달받아 새로운 세대가 된다. 무성생식이든 유성생식이든 유전자를 전달받은 다음 세대는 높은 확률로 직전 세대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의 식물은 종자나 모종의 상태로 심겨진 다음 그 자리에서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충분한 양분이 모이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단년생 식물은 열매를 맺으며 낙엽이 떨어지면 생을 다하게 된다. 다년생 식물은 열매를 낳고 낙엽을 떨구지만, 그 자리에서 다시 충분한 양분이 모이면 같은 과정을 똑같이 반복한다. 다년생 식물들의 수령은 똑같지는 않지만 살 수 있는 일정한 환경여건이 되면 천년도 거뜬히 살 수 있다. 똑같은 유전형질로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물로 키워지는 식물들은 다년생일지라도 목적에 따라 10~20년만 키우다 잘라내고 다시 심기도 한다. 단년생 작물도 마찬가지로 6개월 이상 살 수 있지만 열매를 맺고 나면 남은 생명과 무관하게 가차없이 베어내진다.

동물들은 종과 환경에 따라 평균 연령이 다르다. 선진국의 인간은 70세 이상 살기도 하고 개도국의 인간은 60세를 겨우 넘기기도 한다. 가축 중 하나인 개들은 종에 따라 10년 전후로 삶을 살아간다. 사육되는 소들은 목적인 우유인지 고기인지에 따라 살아가는 기간이 달라지지만 수소는 30개월 암소는 55개월 젖소는 7년 가량 사육된다. 자연상태에서는 25~30년 살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죽음도 자타의 의지로 조정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자살하기도 하고 고도화된 사회일수록 사건사고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반대로 의료기술의 발달로 생명을 유지하기도 한다. 약과 수술로 병을 치료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완치가 되지 않는 질병들도 다양한 약물과 외부적인 관리로 생명을 유지한다.

어떤 삶이 존엄한지 생각해 봤다. 스위스의 존엄사는 환자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재차 묻는 숙려기간을 가지고 마지막 순간에도 약물의 주입은 환자 스스로가 하도록 한다. 극한의 경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것 또한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의사표현도 못하고 거동도 어려워 삶의 질이 바닥이 경우에 인간으로써의 격을 갖추고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참 전 오래 키우던 개가 죽었다. 평소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더니 며칠을 물도 밥도 먹지 않더니 결국엔 마지막에 굉장히 괴로워하며 죽었다. 보통 자연스럽게 죽는 개들은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개는 죽음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생전 아팠던 경험이 있으면 죽음이 다가올 때 많이 아픈 것이라고 느낀다고 한다. 더이상 생을 이어가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단식하고 마지막 기력을 소진하고 죽은 것이다.

기술이 고도화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은 물론 선택할 수 있다. 더 오래 살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둘 것인지. 하지만 말 그대로 연명하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물어볼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누군가 다음 생에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냐고 물어볼 때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내가 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저 단년생 풀처럼 계절이 바뀌고 기력이 쇠하면 서서히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싶다. 어떤 비료를 쓰고 영양제를 쓰고 온실로 옮겨서 정해진 기간보다 더 오래 살게해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열매도 맺지 못하는 삶은 싫다. 기온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고 눈이 오면 그대로 주저앉아 다음해 따뜻한 날씨가 돌아오면 땅으로 돌아가 나의 유전자가 아닌 나를 퇴비로 삼은 다른 유전자를 가진 생명체가 나를 토대로 건강하게 자라나 결실을 맺길 바란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을 망치며 살았지만 죽는 과정과 죽은 이후의 내 흔적은 온전히 자연상태이길 바란다.

 

참고자료

https://www.farminsight.net/news/articleView.html?idxno=5620#:~:text=%ED%86%B5%EC%83%81%20%ED%95%9C%EC%9A%B0%EC%9D%98%20%EC%9E%90%EC%97%B0%EC%A0%81%EC%9D%B8,%EC%97%90%20%EB%A7%8E%EC%9D%B4%20%EC%B2%98%EB%B6%84%EB%90%98%EA%B3%A0%20%EC%9E%88%EB%8B%A4.

 

48세 까지 살면서 평생 39마리의 송아지를 낳은 소가 있었다 - 팜인사이트

[팜인사이트=남인식 편집위원] 수년 전에 워낭소리라는 기록영화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당시 이 영화에 출연한 경북 봉화에서 사육되던 한우는 1967년생으로 알려져 40살 전후였으며, 영화 출

www.farminsight.net

https://koreartd.co.kr/news/?mod=document&uid=16

 

캐나다와 스위스의 안락사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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