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소식을 듣자마자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음란하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10대 남자의 뇌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여성잡지에도 보면 부부생활이나 성생활에 대한 묘사들이 있는데 나도 10대에 읽으면서 발기를 하고 했다. 성행위에 대한 이해가 없음에도 상상력이 충만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도색잡지를 볼 일도 없지만 보더라고 성적으로 흥분하지 않는다. 닳고닳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생물계통 전공을 하면서 배운 것인데, 암수의 유전물질이 수정되고 다음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고 생명계를 유지하는 근원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성적 표현은 소설을 끌어가기 위한 장치이고, (심리적으로) 나무가 되어간다는 채식의 고민은 나도 많이 생각한 부분으로 식물과 흙으로 돌아간다는 귀결점은 생명의 시작이 어디인지, 지금 환경적으로 문제되는 식량과 에너지의 과소비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지점이다. 물론 과도한 성적 표현이 있어서 미성년자녀가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는데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글 전체를 이해하기 좋을 것 같다.
소년이 온다는 글이 길지도 않은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베트남참전에서 겪고 체득한 전쟁과 고문의 기술들을 민주화운동을 하는 우리 시민에게 그대로 다시 행하면서 그 장면의 묘사가 너무 세밀하고 감성적이어서 한문장 한문장 읽어내기가 힘들다. 이미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통해서 얼마나 치열했는지 글자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본문을 읽기 어려우면 작가의 후기만 읽어보더라도 그 시간에 있었던 처절함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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