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작용과 DNA 수선은 자연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물이나 공기의 오염이 임계치를 넘어서지 않으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자정작용이라고 한다. DNA 수선도 생식과정이나 외부 요인에 의해서 DNA가 변형될 수 있지만 원래의 정보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잘못된 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고칠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를 보아도 윤석열이라는 잘못된 선택을 한 뒤에 이재명이라는 바른 선택을 했다. 그 이전에 이명박, 박근혜라는 실수 뒤에 문재인이라는 선택지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승만에서부터 노태우까지 오랜 잘못된 역사에서 조금씩 자정작용을 거쳐 오늘의 한국형 민주사회가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다.
다른 집단의 사례를 보면 넥서스에서 언급하고 있는데, 과학계가 있다. 과학자들은 선배나 스승의 과학적 결과보다 더 진보된 결과물이나 그들의 오류를 찾아낼수록 연구성과를 인정받는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현재의 양자역학까지 오게 되었다. 논문을 심사하는 제도나 그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놨기 때문에 가능하다. 표절이나 무기명 검토 등의 기능들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김건희의 국민대 학위 논문이 그 사례다. 명백한 표절과 수준이하의 논문임에도 제도 내에서 권력으로 인정해 버리면 소용이 없게 된다.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시민사회의 운영방식도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일 수 있지만, 다수가 반드시 정당한가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고, 잘못된 다수에 의한 결과는 누가 책임지냐는 문제도 발생한다. 우리 정치를 볼 필요도 없다. 히틀러는 다수의 지지를 받고 전쟁을 일으키고 유태인을 학살했다. 다수의 지지를 받는 과정에 선전과 선동 그리고 거짓말이 있었지만 중요하지는 않다. 잘못된 지점을 잘 알고 있는 지식인이 있었고 그들의 목소리가 충분하지 않거나 충분히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다수에 의해서 의견을 한 방향으로 모아갈 수는 있지만, 소수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다.
오늘 인터넷매체의 게시판을 보니 의견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많은 의견을 내는 것은 좋지만 반대편의 생각도 한번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강선우 장관 후보자만 놓고 보자. 잘못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그럼 다른 의원들은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그걸 탓하던 보좌관 모임과 기자들은 책임은 없는가. 공과 사를 구분짓기 어려운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라면 앞으로는 국회의원 보좌관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만들면 된다. 혹은 사적영역까지 포함해서 일을 할 새로운 직책을 만들면 된다. 저 유명한 노룩패스 사태 이후 그쪽 당적을 가진 국회의원 지자체의원들을 탈탈 털어보면 가관도 아닐텐데, 그걸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편 가르기를 한 뒤에 줄을 세우고 한명씩 면전에서 질문을 한 다음 마음에 안 들면 조리돌림하는 시대이다. 각자의 의견을 자유럽게 낼 수 있지만, 온라인 매체 특성상 한 줄의 의견이 표 하나가 되지 않는다. 어떤 경우에는 한 줄이 열 표가 되기도 한다. 전통 언론이나 언론의 기자들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자신들의 정치성향이나 이해득실에 따라서 온종일 떠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의 올바름을 스스로 고쳐나갈 수 있는 수선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임계점을 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나 국가를 위해 사무를 하는 장관을 탓할 수는 있지만 몰아세우면 안되고, 문제제기 뒤에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강선우 지명 철회 주장할 수 있다. 그럼 기자들이 생각하는 장관후보는 누구인지, 인터넷에서 개개인이 추천하는 장관후보는 누구인지 추천을 하고 자질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야할 것이다. 장관 사퇴에 따른 대통령의 부담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장관후보를 추천한 사람들도 똑같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내던져 놓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방종일 뿐이다.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하되 문제제기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고, 대안에 대해서는 똑같이 책임을 진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자정작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혼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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