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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침팬지 폴리틱스

by chongdowon 2024.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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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스 드 발, 침팬지 폴리틱스, 전자책 2023.10.25, 바다출판사

처음 발간된지 25년이나 지난 스테디셀러다. 침팬지의 생활을 연구한 자료인데 각각의 침팬지 묘사와 침팬지 집단의 묘사는 연구자료라기 보다 동화를 읽는 듯 하다. 또 책을 읽을 즐거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 보통 독서의 장점을 지식을 쌓고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점, 감정적으로 느끼던 내용을 정교한 말과 글로 설명할 수 있는 점, 그리고 현재 상황을 다른 사람의 글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 점 등이다. 인류문명의 발달, 복잡한 사회구조, 남녀의 유전적 차이 등 많은 다른 저서들이 있지만 이 책은 그보다 근본적으로 침팬지를 통해 인간을 옅볼 수 있다.

영장류 중 직립보행으로 진화한 인간을 제외하고 가장 똑똑한 침팬지의 생활에서 문명을 제외한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침팬지의 정치상황은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과 다를 바 없다. 말 그대로 '털없는 원숭이'이며 무질서한 상태이다.

"마카크 원숭이는 암놈들의 지지만으로 우두머리가 될 수 있지만 침팬지는 수놈들의 지지도 있어야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 침팬지는 강한 무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우두머리 경쟁에서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무력 사용의 결과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우리머리 경쟁이 끝나고 나면 서열에서 밀려난 2인자 혹은 3인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2, 3인자가 경쟁을 통해 서열에서는 밀려났지만 여전히 1인자의 지지기반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 특히 영장류의 행동양상을 연구하는 것은 인간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고 현재 인류의 행동방식을 파악할 수 있다. 침팬지 역시 세대 교체과정을 당연히 겪게 되지만 과거의 권력을 무시하거나 죽이지 않는다. 과거의 권력이 가진 지지기반도 여전히 남아있고, 그들의 경험에서 배울 것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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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취해서 무의식 상태에서 저지르는 행동을 프로이트의 저서에서 찾으려고 한 적이 있다. 뭔가 맞는 듯 맞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설명이 어려웠다. 그런데 침팬지의 행동에 비추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동물적 본능이 기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으로 억누르고 있었는데, 그 동물적 본능은 구순기나 유아기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좀 더 야생적인 본성이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전자의 많은 역할들이 밝혀지면서 인간과 그 외 영장류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문명의 발달했지만 인간은 야생의 영장류와 다를 바 없으며 구분짓는 것은 고도화된 이성 뿐이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암수의 유전적 차이점 역시 나중에 많은 부분이 유전학으로 밝혀졌다.

많은 생물유전학 관련 저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제목이 '털없는 원숭이'다. 인간은 두뇌의 기능이 고도로 진화한 동물이긴 하지만 여전히 동물이다. 도시라는 환경이 야생이라는 환경에 비해 더 나을게 뭐가 있을까? 풍족이라는 것도 도시화된 인간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것이고, 아직 더 많은 인구가 흙바닥 위에 나무집을 짓고 수렵과 채집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인간 역시 야생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 우리가 자연환경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답이 나오고 지금의 기후위기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지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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