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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겉모습과 내면

by chongdowon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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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보고 내면을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관상이나 손금으로 사람을 운명이나 자질을 평가하기도 했다. 주역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책 치고는 두께가 얇다. 게다가 주역의 괘를 보는 방법 역시 경우의 수가 많지 않은데 아마도 주역이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인구도 적고 산업도 다양하지 않아서 인간 생활이 단순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인간 삶의 모든 면면을 통계로 평균을 추출해서 역으로 거기 집어 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물려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보다 더 추상적인 사람의 내면을 얼굴만 보고 맞추는 관상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맞을까. 선한 인상을 가진 범죄자가 얼마나 많으며, 애초에 선한 인상이라는 것은 어떤 주관인가. 비영어권 사람들은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표정 변화를 읽지 못한다. 드라마 프렌즈를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보여줬을 때 비영어권 사람들은 미묘한 표정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절반도 해석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사가 없이 표정만으로 연결되는 연기에서 비영어권 시청자들은 잘못된 결과를 예측하게 된다.

배명훈 작가의 예술과 중력가속도 단편집 중 '예비군 로봇'을 보면 반란한 로봇과 전쟁을 하면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로봇들이 인식할 수 있는 바코드를 엉뚱한 것으로 바꾼다. 앞서 말한 현상을 비유적으로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바코드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로봇들은 내면의 어떤 장치가 있건 상관없이 일관된 코드만으로 평가한다. 관상이나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도 이와 같다. 아주 적은 데이터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사례들로 만들어진 평균적인 결과값으로 평가하게 된다.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어떤 사람은 본인이 잘 맞춘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맹신하기도 한다고 한다. 처음 말했다시피 문명 이전에는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인간의 직업이라는 것은 수렵과 채취, 제사장, 거주지 관리 정도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차기 제사장을 노리는 사람은 10가지도 안되는 분류의 인간 군상으로 사람들을 구분지어 평가하고 관리했을 것이다. 아주 단순한 과정으로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발이 빠른 사람은 사냥을 하고 체력이 좋은 사람은 채취를 했을 것이다. 이런 문명 이전에나 가능했을 법한 제사장의 역할을 21세기 대한민국 권력의 중심에서 사용했으니 그 결과는 돌을 맞고 제사장에서 내려가는 일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

가끔 예지력이 있다거나 관상을 잘 본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뇌과학이 발달한 지금에 와서 이 모든 것은 거짓말이거나 망상이다. 혹시라도 주변에 예지몽이 있다거나 촉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웃어 넘기거나 멀리하는게 좋다. 혹시 그런 사람이 공공의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면 신고가 필요하다. 이런 유형의 망상증 환자들은 상태가 심각해지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뭇지마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정신착란증이다. 이웃사회를 심각하게 망치는 이런 사람들은 공권력의 힘을 빌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으니까.

겉모습으로 내면을 판단할 수 없다. 내면은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이런저런 치장으로 속이려고 하면 속을 수 밖에 없다. 굳이 속이려고 하지 않아도 사회문화지역에 따라서 같은 모습을 다르게 평가하기도 해서 짧은 시간에 상대방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시간을 들여 내면이 드러나게 될 때, 그 사람과의 관계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빠른 손절은 지능의 문제다. 그리고 공감도 지능이다. 주변의 소리가 듣기 싫다면 내 공감능력과 지능을 의심해 봐라. 스스로 판단을 못하고 있을 때 주변으로부터 손절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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