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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치매환자 아빠의 기억과 집착

by chongdowon 2024.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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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1월 23일에 적어 둔 메모에 이어서 조금 보태본다.

아빠가 치매로 많은 기억을 잃고 엄마나 가족들 힘들게 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내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기억해서 조금은 다행이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추수 다 했냐, 나락 매상 댔냐, 양수기 전깃줄 걷었냐, 내년 정책자금 신청하냐처럼 딱 이 계절에 할 얘기들을 하시네.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기분 좋은지 은근슬쩍 고기 구워서 한 잔 하자는 말은 안 빼놓고 한번 하신다.

노인성인지장애도 병이다. 아직까지는 증상만 알고 치료법도 제대로 없지만 늙어가는 병인 것은 확실한거지. 치매로 남은 기억이 고통이나 남을 증오하는 마음만 가득한 사람도 있던데, 아빠는 가족을 위해서 일에 대한 집착과 그 보상으로 받는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남아있나보다. 병 보다 강한 아빠의 기억이 가족애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을거고 엄마랑 훈이가 바로 옆에서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삶이 피폐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 보이는 아빠의 가족사랑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가 아빠를 요양원에 모셔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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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는 단어를 노인성인지장애로 바꾸자는 의사들의 움직임도 있고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이 개발됐고 치매를 치료하는 약도 여러 종류가 개발중이다. 증상 자체 보다는 왜 기억의 중추가 끊어진 사람들은 몇가지에 집착을 할까. 아빠도 유독 엄마에게 집착한다. 큰이모도 큰이모부에게 집착하고 이제는 자식들 조차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또다른 사례에서도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남편만 알아본다는 얘기도 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집착은 삶에 대한 집착일까 혹은 채워지지 못한 인정욕구에 대한 집착일까.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집착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도 집착이 있는걸로 봐서는 가장 가까웠던 것에 대한 기억이 아닌 각인이 아닐까 싶다. 기억이라는 서랍에서 꺼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서랍 문을 열기도 어렵고 어렵게 열었더라도 내 눈 앞에 가져오기 힘들지만, 서랍보다 가까이 손바닥에 적어둔 한구절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치매환자에게는 이 각인만이 남아있는 듯 하다.

우리가 현상을 되짚어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혹 치매치료제가 개발되고 나면4년 11월 23일에 적어 둔 메모에 이어서 조금 보태본다.

 

아빠가 치매로 많은 기억을 잃고 엄마나 가족들 힘들게 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내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기억해서 조금은 다행이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추수 다 했냐, 나락 매상 댔냐, 양수기 전깃줄 걷었냐, 내년 정책자금 신청하냐처럼 딱 이 계절에 할 얘기들을 하시네.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기분 좋은지 은근슬쩍 고기 구워서 한 잔 하자는 말은 안 빼놓고 한번 하신다.

 

노인성인지장애도 병이다. 아직까지는 증상만 알고 치료법도 제대로 없지만 늙어가는 병인 것은 확실한거지. 치매로 남은 기억이 고통이나 남을 증오하는 마음만 가득한 사람도 있던데, 아빠는 가족을 위해서 일에 대한 집착과 그 보상으로 받는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남아있나보다. 병 보다 강한 아빠의 기억이 가족애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을거고 엄마랑 훈이가 바로 옆에서 더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삶이 피폐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 보이는 아빠의 가족사랑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때가 아빠를 요양원에 모셔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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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는 단어를 노인성인지장애로 바꾸자는 의사들의 움직임도 있고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이 개발됐고 치매를 치료하는 약도 여러 종류가 개발중이다. 증상 자체 보다는 왜 기억의 중추가 끊어진 사람들은 몇가지에 집착을 할까. 아빠도 유독 엄마에게 집착한다. 큰이모도 큰이모부에게 집착하고 이제는 자식들 조차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또다른 사례에서도 자식을 알아보지 못하고 남편만 알아본다는 얘기도 들었다. 상대방에 대한 집착은 삶에 대한 집착일까 혹은 채워지지 못한 인정욕구에 대한 집착일까.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집착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도 집착이 있는걸로 봐서는 가장 가까웠던 것에 대한 기억이 아닌 각인이 아닐까 싶다. 기억이라는 서랍에서 꺼내야 하는 많은 것들이 서랍 문을 열기도 어렵고 어렵게 열었더라도 내 눈 앞에 가져오기 힘들지만, 서랍보다 가까이 손바닥에 적어둔 한구절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처럼 치매환자에게는 이 각인만이 남아있는 듯 하다.

 

우리가 현상을 되짚어 찾아볼 수 있지만 그 당사자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혹 치매치료제가 개발되고 나면 임사체험처럼 그 과정을 얕게나마 알아가볼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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