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업농촌, 기후변환

나물과 신선채소 그리고 숙주나물

by chongdowon 2025. 6. 2.
728x90

인류가 농경을 시작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잇점은 탄수화물 섭취에 있다. 고열량의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서 부드러운 턱을 가지게 되고 대뇌가 발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대인은 운동량이 부족하게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갖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밥상 위에 채소를 많이 올리라고 조언을 하곤 한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보다 더 북쪽 지역으로 갔더니 호박줄기를 볶은 반찬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무, 당근, 동과 등을 길게 썰어서 데친 것을 상에 올려주었다. 땅콩과 소금을 섞은 것을 찍어 먹었다. 열대기후 지역에서는 연중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채소에 대한 고민이 적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겨울이 있기 때문에 겨우내 신선한 채소를 얻기는 매우 힘들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나물과 김치다. 소금이나 식초 혹은 설탕으로 절임을 하는 음식 문화는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하게 있다. 우리나라는 김치가 대표적일 것이고, 일본은 따꾸앙, 중국은 파오차이 정도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나물이라는 독특한 방식도 있는데, 채소를 말리거나, 쪄서 말리거나, 데쳐서 말린 다음에 다시 불려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와 조미를 해서 먹는 방법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고사리와 같은 야생 풀의 독소를 없애기도 하고, 건조를 통해 장기 보관이 가능해지기도 한다.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곡물을 발아시켜 먹는 콩나물도 있다. 콩나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숙주(녹두)나물을 흔히 먹는다. 볶아 먹기도 하고, 생으로나 데쳐서 쌀국수에 넣어 먹기도 한다. 혹은 여러가지 튀김요리에 넣기도 한다. 먹는 방식은 콩나물과 비슷하지만 녹두를 발아시켜서 먹을 뿐이다.

몇가지 이유에서 이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일단 콩나물은 대두를 발아시킨 것으로 대두는 흔히 메주콩이라고 불리는 콩으로 녹두와는 재배 환경도 다르지만, 나물로 키우는 환경도 다르다.

대두의 발아 가능 온도 범위는 5-40°C이고 배축의 신장은 30°C가 적당한 온도이다. 따라서 연평균 기온이 27°C이고 최대온도가 40°C를 넘어서는 여러 동남아지역은 적합한 재배환경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녹두는 고온성 작물로 평균기온이 20-40°C 범위에서 생장할 수 있으며, 생육적온은 28-30°C로 콩 보다 더운 지역에서 재배하기 적합하다.

콩나물 재배 온도는 생육 초기 18°C의 저온에서 이틀, 생육 중기 20°C, 생육 후기 25°C이다, 숙주나물은 오히려 저온에서 자라지 못하고 25°C 내외의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또 숙주나물이 콩나물보다 생장속도도 빠르다.

그렇기 때문에 캄보디아도 콩나물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두는 두유나 두부로 대부분 소비된다. 지역의 환경에 맞는 식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기르는 채소 외에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여러가지 식재료가 있는데, 조리하는 방식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놈번쪽에 들어가는 미나리꽃도 날 것으로 먹기 때문에 매일 채취해야 하는데, 반건조를 한다거나 분말을 만들 수 있으면 더 오래 보존할 수도 있고 밀키트 형태로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