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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기후변환

자연재해와 삶의 질

by chongdowon 2025.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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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태풍

정확하지는 않지만 98년 태풍 애니로 기억한다. 한반도에서 포항, 경주 지역은 지리적 입지로 기상 현상이 타 지역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나는데, 태풍 애니는 포항 경주에만 큰 피해를 입혔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집도 신축을 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자연취락지에 속하는 곳으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집의 지하실이 완전히 잠겼다. 하천의 정비는 제대로 돼 있었지만, 윗 동네에서 새로 만들었던 저수지가 터지면서 강둑의 용량을 넘어서면서 생긴 일이다. 그 동네에서도 농업용으로 저수지를 만들었고, 애초에 작은 저수지도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국가기록원은 현재 접속되지 않지만 나중에 확인 http://www.archives.go.kr/next/search/listSubjectDescription.do?id=006934&pageFlag=)

피해를 입은 다수의 민가가 있긴 했지만 복잡한 도심이 아니어서 각자의 집을 정리하고 빨리 해결이 됐던 것 같다. 물론 침수피해를 입은 훨씬 더 넓은 면적의 농지를 복구하는데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도시화와 자연재해

인류가 농경과 정착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더 넓은 터전과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 고대 문명이 발달한 고이 큰 강 유역에 위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체로는 경험적으로 자연재해가 없거나 적은 곳으로 선택했겠지만, 인간의 기록을 넘어서는 재해, 50년 100년만에 들이닥치는 자연재해 앞에서는 여전히 무기력하다.

도시화가 되면서 피해는 커진다. 캄보디아 농장에서 근무할 때는 9월과 같은 우기 한 가운에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면 길과 농지가 침수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길이 끊어지기도 했지만,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리고 비가 그치고 물이 조금 빠지면 덤프트럭과 굴삭기를 보내서 길을 다시 메우기만 하면 됐다. 비포장도로여서 복잡한 기술이 필요없고 흙과 돌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했다. 민가들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흙마당에다 집이 바닥에서 1미터 이상 높게 지어져 있다. 대부분의 민가들은 집에 나뭇배를 한척씩 가지고 있다. 비가 와서 마당에 물이 차면 낚시를 한다. 삶의 질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상류의 오염원이 없다보니  침수되더라도 각종 수인성질병이나 여타의 오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잘 씻고 물만 잘 끓여 먹으면 된다. 도시화가 안된 만큼 불편하지만 더 자연친화적이다.

매년 우기마다 똑같이겪는 피해

까오방의 태풍

지금있는 까오방에서는 지난주 태풍 부알로이BUALOI의 영향으로 도시가 물에 잠기고 전기가 한 때 끊겼다. 도로와 농경지가 침수돼고 수많은 가옥도 물에 잠졌다. 해발 고도 200미터 정도되는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행천(곡류천)에 자리를 잡고 도시가 발달했다. 그러다 보니 비교적 많지 않은 약 100mm의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가 발생했다. 도시화가 되지 않았다면 강변이 깎여나가고 물은 자연스럽게 농지로 범람했겠지만, 강둑이 튼튼히 세우면서 강둑을 넘어 선 물은 오히려 빠져나가기 어렵게 됐다. 임계점을 넘어선 강물은 산에서 부터 긁어 온 흙탕물을 함께 도시로 뿌렸다.  

아직 피해 복구를 채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다음 태풍인 마트모MATMO가 접근하면서 비와 바람을 서서히 가져오고 있다. 

도시화는 계속 진행된다. 그리고 온난화의 영향으로 자연재해의 빈도도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100년의 주기로 도시계획을 했다면 그 주기를 30년이나 50년으로 더 짧게 준비를 해야한다. 집을 지을 때 20-30년을 염두해 두었다면 10-20년의 빈도로 자연재해를 입을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인간의 편의성을 위해서 강둑을 굳게 쌓고 그 위에 길을 만들었지만,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많은 강물의 힘이 둑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둑 뒷편의 삶을 무너뜨리게 된다.

좌: 침수 전(구글맵), 우:침수 후(직접 드론 촬영)

이미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물과 전기가 없으면 불편하다. 마찬가지로 신발을 신고 걸을 수 없는 길은 길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위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지 못한다면 오늘같은 일상이 앞으로 우리가 더 자주 겪게 될 새로운 일상일 것이고, 빨리 순응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부록: 태풍의 발생 빈도

1. 전세계 (제미나이)

연도 태풍 발생 개수 연도 태풍 발생 개수 연도 태풍 발생 개수
1995 23 2005 23 2015 27
1996 26 2006 23 2016 26
1997 28 2007 24 2017 27
1998 16 2008 22 2018 29
1999 22 2009 22 2019 29
2000 23 2010 14 2020 23
2001 26 2011 21 2021 22
2002 26 2012 25 2022 25
2003 21 2013 31 2023 17
2004 29 2014 23 2024 2 (10월 6일 기준)

2. 한국(제미나이)

연도 한국 영향 태풍 개수 연도 한국 영향 태풍 개수 연도 한국 영향 태풍 개수
1995 3 2005 2 2015 1
1996 2 2006 2 2016 2
1997 3 2007 2 2017 1
1998 3 2008 1 2018 4
1999 3 2009 1 2019 7
2000 4 2010 3 2020 4
2001 1 2011 2 2021 3
2002 4 2012 4 2022 5
2003 2 2013 1 2023 1
2004 4 2014 1 2024 2 (10월 6일 기준)

3. 베트남의 자연재해

출처   https://vietnam.opendevelopmentmekong.net/topics/disasters/

4. 태풍의 경로

출처 https://reliefweb.int/attachments/a0e513b5-96f4-3d93-b26f-8c47eef653c6/OCHA_ROAP_StormTracks_v8_180118.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