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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기후변환

벼농사와 논둑 그리고 수검표 삽

by chongdowon 2023.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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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4 16:22

우리나라 벼농사는 논농사와 동의어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물대기를 하는 논벼만 남고 밭벼는 없기 때문이다. 봄비가 오기 시작하면 논에서는 어김없이 논갈이와 써래질을 하고 동시에 삽으로 논둑을 보강한다. 논둑을 만드는 이유는 물을 잘 가두기 위함이고 논둑을 매년 보강하는 이유는 논둑 높이를 잘 조절해서 물의 수평이 잘 맞아 혹시 논바닥이 높아 잡초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 뿐만 아니라 가끔 땅강아지가 구멍을 파고 장마철이 지나가면 물이 지나다니면서 구멍이 커지고 어느 순간 논둑이 터지기도 한다. 요즘에는 트랙터나 콤바인이 밟고 지나가서 논둑이 무너지기도 한다.

 
논둑은 물을 가두는 기능 외에도 이동경로의 기능도 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논둑에 콩을 심기도 했다. 모내기가 끝나고 지나다니면서 콩을 심어두면 가을에 수확해서 꽤 좋은 용돈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논둑을 무턱대고 높고 넓게 만들수도 없고, 상황에 따라 개보수 작업이 꼭 필요하다. 
논둑을 보수할 때는 주로 삽(끝이 둥근 막삽)을 쓰는데, 가끔 터진 곳이 너무 클 때는 가래를 쓰기도 했다. 가래는 삽 보다는 흙이 떠지는 부분이 더 넓고 크다. 종류는 다양하겠지만 내가 어릴 때 쓰던 가래는 나무로 되어  한사람이 쓰기 보다는 세사람이 쓰는 도구다. (삽과 가래에 대한 설명 참고 https://m.blog.naver.com/bryoco/221206278196) 
 
 
3,000평의 논이 있으면 논둑의 길이는 400m에 달해서 이를 삽으로 일일이 손 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3~4월에 논 준비를 시작하다 보니 그 예전에는 얼음을 깨고 논둑 작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요새는 논두렁조성이라는 트랙터 부착용 작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릴 때 할아버지가 삽을 지칭하면서 수금포 수금포라고 하셨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수검표라는 상표의 삽을 많이 써서 어르신들이 수검표를 수금포라고 부르셨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벼농사는 범람이 일상화되어 있어 논둑의 기능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비가 올 때 물을 가두고 물이 부족하면 물대기를 해야 하지만, 캄보디아는 우기가 시작할 때 논을 준비하고, 파종이 끝난 다음 지속되는 비를 건기까지 듬뿍 가두어 두기 때문에 논둑이 훨씬 더 크고 넓다. 그러다 보니 논둑을 보강할 때 삽 보다는 괭이를 쓴다. 논일 뿐만 아니라 다른 농사 작업에서도 삽 보다는 괭이를 두루두루 쓰는데, 생활방식의 차이가 농삿일에서도 차이를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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