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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24 12:16
평일에 낮술을 마시는 사람들 혹은 낮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은 제각각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대학생 시절 방학 때 하던 건설현장의 일이 비 때문에 취소될 때와 대학교 캠퍼스에서 긴 공강 시간에 마셨다. 그 외에 쉬는 날이나 휴가가 아닌데 평일 낮에 술을 마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용돈벌이를 할 때 아침 비를 보고 대충 10시 정도까지 기다리다 비가 그치지 않으면 친구와 낮술을 마셨다. 이런저런 술과 안주를 먹었겠지만 역시 중국집에서 빼갈에 짬뽕이 제맛이었다. 높은 도수에 빨리 취해 일찍 쉬면 다음날 일에도 지장이 없고,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하루의 시작이 비와 함께 일 때 오후의 일과를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것은 장마의 특성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초여름에 장마전선이 형성돼 장마철이라고 하는 기간 동안 연간 강수량의 40%가 이 기간에 비가 오고, 이 기간에는 언제 비가 올지 비가 그칠지 정확히 예측은 어려울지 몰라도 비가 오기 시작하면 계속된다는 것을 익히 몸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동남아시아의 스콜은 이와는 달리 우기에 갑작스럽고 길지 않은 시간 비가 오는 현상인데, 5~10분 강하게 내린다. 게다가 비가 오는 시간이 일정하게 이동해서 며칠 간은 오전, 또 며칠은 오후, 밤, 새벽 이렇게 비가 오는 주기가 일정하다. 그래서 예전에 10여년 전에 동남아를 여행하면 사람들이 우산을 쓰지 않고 비가 오면 잠시 피했다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끔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우산 대신 비옷을 입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캄보디아도 점차 스콜성 강우를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오늘 아침 6시에 시작된 비는 10시가 되었지만 그칠 생각을 않고 있고, 최근의 경험을 근거로 하자면 강한 비는 잦아들었지만 보슬비는 오후까지 지속되다 아마 저녁 즈음에나 완전히 그칠 것이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밖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잠시 비를 피했다가 해가 나면 작업을 시작했을텐데, 오늘은 날씨 상황을 보고, 진작에 작업없이 철수했다. 내가 겪던 장마를 이 사람들도 이제 겪고 있는 것이다.
오늘 오후까지 확실히 야외활동이 없고, 일당 벌이도 없어진 하루 빼갈에 짬뽕은 아니지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비를 피해 모여서 한잔하고 있지 않을까.
여하튼 나도 오늘 빼갈에 짬뽕이 생각나는 장마의 한 귀퉁이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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