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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동남아시아는 왜 가난한가

by chongdowon 2025.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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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포용적 체제와 착취적 체제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라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 간 불평등에 대해서 지리적 여건에 큰 바탕을 두는 총균쇠와는 문제 인식과 해결방법이 다르다.

이 책은 다음에 자세히 보겠지만 동남아시아의 가난해 대해 언급한 부분과 지리적, 종교적 특성을 함께 이해해 본다.

우선 또 다른 책 '동남아시아사'에서는 동남아시아의 특징적인 체제를 만달라로 설명하고 있다. 만달라는 일련의 동심원을 뜻하는 산트크리트어인데 힌두-불교에서 우주 질서를 표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상하가 명확하게 나뉘는 피라미드 체제와는 달리 세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관계가 느슨해진다. 이 때문에 국경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특색도 보인다. 동심원의 중심과 바로 가까운 세력과는 후견인-피후견인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는 일방적이지는 않고 쌍무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이런 만달라체제가 나타나게 된 배경은 동남아시아에서 흔한 물과 산 때문이다. 물은 유리한 이동과 교류를 제공하여 탁월한 유동성을 줬고, 산악 지역과 밀림은 깊은 고립성으로 제한적인 이동과 교류를 부여했다. 따라서 가까이에 있는 세력은 통제가 가능하지만 조금만 멀리 있어도 통제가 불가능했다.
현재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는 상좌부불교이고 베트남은 유교와 대승불교이다.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고 동티모르와 필리핀은 가톡릭이다. 발리만 힌두교이다.
대승불교가 먼저 유입되었다가 상좌부불교가 유입되었다. 이슬람은 말라카를 중심으로 이슬람국가들과 빈번한 교역과정에서 도입되었다. 카톨릭은 포르투갈, 기독교는 스페인, 개신교는 네덜란드가 도입했다. 이슬람교의 전파는 만달라체제와 깊은 연관이 있고 기독교의 도입은 당시 통합되지 않은 필리핀 부족사회로 인한 반사이익이었다.

만달라 체제에서는 중앙집권적인 힘이 없었고 작은 부족사회로 구성돼 있었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왕을 중심으로 그런대로 경제성장을 이루기는 했지만 번영을 위한 이상적인 경제구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사유재산이 불안했다. 사유재산이 불안하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제도의 문제도 있지만 왕권이 약하다는 말도 된다. 

1600년대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반다제도에 도착했을 때 이 곳은 정치사회적 신분질서가 없었다. 네덜란드는 왕과 협상을 거쳐 착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1621년 반다제도의 주민을 학살하고 대농장 사회로 바꾸고 관리자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전현직 직원 68명에게 맡겼다. 대신 모자라는 인력은 노예로 대체했다. 네덜란드는 이런 전략을 전체 지역으로 확대 적용한 탓에 동남아시아의 경제정치 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14세기부터 시작된 이 지역 여러 나라의 상업적 팽창이 뒷것음질 친 것이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위협을 피하고자 여러 나라가 수출용 작물 재배를 포기하고 상업 활동을 중단했다. 자급자족 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네덜란드를 상대하는 것 보다 안전했기 때문이다. 향후 두 세기 동안 이들은 산업혁명이 가져다준 혁신을 활용할 형편이 안 되었다.

2차세계 대전이 마무리 되고 식민지가 독립한 뒤로 지금까지 수많은 독립전쟁과 이념으로 인한 내전으로 20세기까지 성장의 원동력이 없었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듯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산업혁명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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