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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기후변환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개도국에서 쓸 수 있을까

by chongdowon 2025. 3. 20.

2025년 3월 18일 촬영

프놈펜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껀달지역은 채소재배를 많이 한다. 프놈펜의 배후지의 장점을 고스란히 활용하고 있는데, 농지가 넓어 지대가 낮고 바싹강, 메콩강 등이 양쪽으로 흐르고 있어 물 공급이 용이하다. 프놈펜과 가까워 농촌인구의 유출이 심각하긴 하지만, 반대로 가까운 만큼 농산물의 운송이 유리하다.

우리나라는 볏짚을 대부분 소먹이 조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대형베일러를 사용한다. 원형은 한 개당 400kg이상이 나가고 사각형도 20kg이 훌쩍 넘는다. 그러다 보니 원형베일러를 가동하기 위한 트랙터는 50마력은 예사고 100마력 이상도 많이 사용한다. 사각베일러는 50마력에서도 가능하지만 더 큰 트랙터를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대형베일을 만들다 보니 운반을 위해서 트랙터의 전방유압장치를 로더로 많이 사용한다. 집게를 이용해서 차량에 실어준다. 

그래서 여러차례 시도는 있었지만 여전히 캄보디아에 대형원형베일러는 없는 상태다. 지역에 적합하지 않은 기술이다. 물론 소먹이 조사료로 볏짚이 사용되지만 농가당 10마리 이내의 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꼴을 베어 오듯이 추수 후에 바닥에서 일부 긁어 모으거나, 탈곡을 집에서 하고 남은 볏짚을 모아서 소먹이로 쓴다. 일부 대형 농장들은 한국에서 사용하는 대형베일러들을 사용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소형원형베일은 한두사람이 들거나 굴릴 수 있다. 그럼 더 작게 만들 수 있는 사각베일러는 왜 사용하지 않을까? 원형베일은 두루마리 휴지처럼 계속 굴리면서 감는 방식이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 큰 트랙터가 필요하지만 큰 압력이 걸리지는 않는다. 사각베일러는 볏짚을 절단하고 꾹꾹 누르는 방식이다 보니 잔고장이 많다. 게다가 볏짚량이 일정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는데 캄보디아 논바닥의 볏짚은 일정하게 나오지 않는다. 두 베일러의 작동방식에 차이가 있다 보니 캄보디아에서는 원형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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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 전 부터 농가들을 교육할 때 피복(토양덮개)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처음에는 재료가 없었다. 많은 적정기술이라고 제시된 것들이 바나나잎이나, 볏짚을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둘 다 재료를 모으기에 너무 어렵다. 채소 농가가 피복재료를 모으고 다시 사용해야 하다 보니 업무량이 두배가 되는 것이다. 대안으로 비닐피복을 많이 사용하지만 캄보디아에서는 재료가 비쌀 분더러, 수거 후 처리해야 하는데 태우는 방법 밖에 없다. 물론 수거도 상당히 어렵다. 채소 수확 후 비닐을 수거하다보면 찢어지기 마련이어서 여기에도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

소형 원형베일 보급이 확산되면서 누구나 재료로 사용하게 되었다. 재료가 흔하면서 만들기 쉽고 가격도 싸다. 그리고 수거하지 않아도 되고 흙으로 환원되거나 밭에서 태운다. (태우면 안되지만) 어쨌든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에 현지에서 가장 적정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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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기술은 개도국에서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적정기술이라는게 있지만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상상으로 만들어 낸 기술들은 현지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흔한 예로 초창기 많이 보급되던 필터형 정수기사업인데, 현지에서 필터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돈 주고 사야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없다. 태양광과 배터리 보급 사업도 비슷하다. 태양광의 유지보수에 대한 이해가 없고 소모품인 배터리를 주기적으로 교체할 재원이 없으면 사업은 곧 실패하게 된다.

베일러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민의 수요가 있으면 기술은 현지에 맞게 적응되어 발달한다. 섣부르게 기술과 장비를 도입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생기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주민들을 만나보면 앵무새처럼 똑같이 대답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미 공무원들과 수차례 만나면서 공무원들의 생각을 자신들의 생각으로 착각하고 대답하는 경우다. 개도국에서 흔히 보이는 탑다운 방식의 한계이자 폐해다. 다양한 종류의 기술들을 좌판 벌리 듯 늘어놓아도 다 사용되지는 않는다. 결국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두개의 기술만 살아남고, 거기에서 진화되고 진보하게 된다.

때로는 현장에서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는게 먼길을 빨리 가는 지름길이 될수도 있다.

참고: 다양한 종류의 베일러 https://chongdowon.com/206

 

다양한 종류의 베일러, Balers

2014/12/11 23:35 (http://en.wikipedia.org/wiki/Baler 참고) 19세기 이전에는 베일러가 없었다. 1860년대 되어서야 기계적으로 볏짚을 자를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되었다. 대형 사각베일러 사각 볏짚 수집기 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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