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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꿈과 49재

by chongdowon 2025.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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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 달 전인가 갑자기 몸살나기 직전이었나 보다. 평소에 꿈을 잘 꾸지 않거나 꿈을 꿔도 기억을 못하는데, 그날은 꿈이 선명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휴대폰에 메모를 해 놨다. 오래된 메모를 지우던 차에 보여서 돌아본다.

꿈에서 아빠 병원을 가는데 끝끝내 병원을 찾지 못했다. 한 열흘 정도 내일 가던 병원인데 내가 길을 못 찾을리 있겠는가. 

우리 뇌는 정보를 사진처럼 저장하지 않는다.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저장한다. 동물도 그런지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인간은 낮 동안에도 꿈을 꾸긴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낮 시간에 꿈을 꾸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자는 동안 꿈이라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을 확대시킨다. 이런 상상력은 인간집단이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꿈의 재료는 당연히 낮 시간에 내가 보고 들은 모든 정보들이다. 혹시 꿈에서 봤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이라면 봤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저장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꿈은 인간집단이 다음 세대를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유명한 DNA이중나선구조도 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수많은 고민은 낮시간에 했고 그 기억들이 모여서 꿈속에서 결과물을 만들어 준 것이다. 여러모로 잠을 잘 자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계속 잠도 제대로 못자고 꿈에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49재를 지내야겠다고 한다. 인간이 미신을 믿으며 살아온 긴 시간을 생각하면 꿈에서 뭔가 답을 찾고자 하는 과정이 이해된다. 현대과학과 의학이 발달했다지만 fMRI가 나오기 전까지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정답으로 믿고 살았다. 불과 5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다.

49재를 지내든 뭐를 하든 마음의 짐이 그 행위로 말미암아 없어질 수 있다면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비용이 300만원이라고 하지만 심적부감을 덜어내지 못하고 수년간 잠에 잘 들지 못해서 육체의 병이 걸리기라도 하면 그 비용은 300만원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게다가 300만원으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열댓명이라면 그 효용가치로 볼 때 300만원 보다 크고, 인당 가격으로는 불과 30만원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꿈, 기억, 추억, 마음, 감정은 다 무엇일까. 눈코입귀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후각이 예민하거나 시각이 예민하거나. 예술가들은 색이 있는 꿈을 꾸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연속되는 서사가 있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내 감각을 통한 기억의 산물이고, 왜곡처리된 감정과 추억을 통해서 다시 꿈으로 보여지는 과정이다.

꿈과 꿈을 꾸는 과정은 인간의 정신을 맑게 해 준다. 꿈을 꿀 때 뇌파가 그 증명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스스로 꿈을 다스리지 못할거라면 49재 같은 전통이 있는 도구를 통해서 심리상태를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