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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 기후변환

들깨 참깨 차조기

by chongdowon 202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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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의 탈립성

지난 가을에 집에 갔다가 들깨를 계속 털었다. 곡물류는 용도는 다르지만 건조 후 수확하고 다시 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탈립성이라는 특징 때문이다. 작물화가 많이 된 벼는 서리가 내리지 않으면 낟알이 벼에서 잘 털어지지 않는다. 수확 후 탈곡 과정을 거쳐야 낱알이 되고, 이걸 도정하면 쌀(도정미)이 된다. 

콩과는 껍질이 있다. 수확을 하고 탈곡기로 털어주면 껍질이 분리되고 알갱이만 남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옥수수는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옥수수대에서 옥수수를 분리하고, 옥수수의 껍질을 분리하면 흔히 사 먹는 찐옥수수 모양이 된다. 알곡만 쓰기 위해서는 알갱이와 옥수수 속대 corn cob을 분리한다. 분리된 cob은 사료나 연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조, 수수, 깨, 율무가 문제다. 얘네들은 작물화가 덜 되어서 탈립이 잘 된다. 그래서 망을 씌우기도 하고 들깨 털었던 것처럼 덜 말랐을 때 일찍 수확해서 바닥에 포를 깔고 말리면서 계속 털어준다. 너무 늦게 수확하면 서리 피해도 있지만 탈립이 잘되기 때문이다.

겨울이 있는 곳에서는 서리가 농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리는 대기 중 수증기가 섭씨 0도 이하의 차가운 물체 표면에 얼어 붙어 얼음 결정을 만드는 자연현상이다. 작물이 동해를 입기도 하고 물(얼음결정)이 표면에 닿아 농도조절을 위해 곡물의 수분이 배출되면서 물리적 변화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배우면 초상일을 중요하게 배운다. 열대지역에서 농업을 하면서 서리가 내릴 일이 없다보니 수년 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이제 다시 깨 이야기.

일식집에 가면 바닥에 잎을 깔아 준다. 차조기라고 부른다. 학명은 Perilla frutescens var. crispa이다. 일본어로는 시소라고 부른다. 베트남어로는 Tía Tô. 형태적으로는 들깻잎과 비슷하지만 붉은 색이 돈다.

들깻잎. 우리가 쌈으로 이용하는 건 들깻잎이다. 학명으로는 Perilla frutescens이고 영어로는 Korean Perilla이다. 차조기하고는 4촌에 가깝다. 이전에는 들깻잎이나 들깨기름은 우리나라만 먹었는데 한식의 전파로 해외에서도 많이 먹는다. 특히 쌈도 쌈이지만 참치김밥에서는 필수 요소가 아닐까 한다.

참깨는 학명이 Sesamum indicum L.이다. 애초에 들깨하고는 다르다. 얘는 참깨속이고 들깨는 들깨속이다. 주로 지방산 즉 기름으로 활용한다. 향이나 맛이 들깨와 달라서 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들깻잎이 없어서 베트남 온라인 쇼핑몰인 shopee 쇼피에서 leafy 엽채라고 돼 있어서 종자를 구매했는데, 받고 보니 sesame로 돼 있다. 종자업체 홈페이지를 보니 sesame 아니면 perilla 제품으로만 나와 있다. 베트남은 대부분 차조기를 채소로 먹기 때문에 이 제품들이 차조기인 것 같지만 정확한 형태학적 설명이 없다.

심어보면 30일이면 결론이 나겠지. 농업은 어렵지만 재배는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