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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7/08 07:50
앞선 글 '식민지형 해외농업을 운영하는 중국기업'에 이어서 나는 과연 식민지형 수탈형 해외농장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자주하게 된다. 올해 옥수수 재배 실험이 있어서 연초부터 실험설계를 마치고 책임자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파종 직전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소소한 의견 충돌은 있을 수 있지만 서로 수용 가능한 범위의 문제였다. 위기에 봉착한 것은 파종 때 였는데, 막상 파종을 하려고 하니 준비되어야 할 장비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하고 파종량, 시비량을 계산하지 못하고 있었다.
늘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때 한계를 느끼는 것이 나름 고급인력이고 한 농장에서 십 년 이상 근무한 책임자급임에도 새로운 기술도입이나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 배우고 공부할 자세를 갖추고 있지 않다.
파종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농학과를 졸업했다는 사람이 광합성, 엽록소를 모른다. 지금까지 아주 기계적으로 일했다는 반증이다. 이 직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장에서 두번째로 급여를 많이 받는 사람이다. 그럼 왜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고 발전이 없을까? 답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에 있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재교육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유형이 다르겠지만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근로자에 대해서는 꾸준한 재교육이 있어야 한다.
2. 대형농장개발에서 외부인력의 사용이 가속화되는 이유
Chanrith Ngin, Impacts of Economic Land Concessions on Project Target Communities Living Near Concession Areas in Virachey National Park and Lumphat Wildlife Sanctuary, Ratanakiri Province, 2016 이 논문에서 언급하는 토지양여를 통한 농장개발의 문제점은 1) 기술교육의 부재 2) 외부 인력 사용 3) 낮은 임금 등으로 보고 있다. 세가지는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되는데, 대규모 농장 개발은 오지에서 이뤄지고 당연히 고급 노동력이 부족해서 외부에서 채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타향인 곳에서 근무하는 만큼 더많은 혜택을 줄 수 밖에 없어서 외부 인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게 된다. 현지 인력을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려고 하지만 워낙 기초교육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채용에 한계를 느낀다.
일례로 몇몇 장기근속 및 유능한 실력을 보이는 현장직원이 있어 관리직으로 진급시키려 해도 발목을 잡는 것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언어), 행정업무(문서작업, 컴퓨터 사무능력 등)의 부재로 직급의 변동은 없이 급여만 인상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3. 무상원조는 한계가 없을까
그렇다면 개발협력으로 추진되는 사업에서는 과연 현지에 적합한 기술교육과 원조가 이뤄질 수 있을까? 첫번째 한계는 발전 기술 속도, 두번째 한계는 규모, 세번째 한계는 지역적응성이다.
현장에 적합하고 지속가능한 모델을 개발하여 기술을 전수하지만 두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데 급속도로 발전하거나, 쇠퇴하는 것이다. 너무 잘 수용하는 지역에서는 초기 모델보다 급격히 발전하여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주기가 빨라지고, 수익 발생이 클수록 규모는 커지게 된다. 어느 시점에서는 공여기관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반대의 경우는 지역적 한계, 인적 자원의 부재 등으로 수년간 지속되는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다. 무한한 재원이 있더라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만 다녀봐도 쉽게 알 수 있는데 좋은 시장에 인접한 지역은 트리거만 작동되면 금세 자립하고 예상보다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또 반대의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는데, 특정 마을에 가면 전세계 온갖 원조기구들의 간판들이 즐비한 곳도 있다. 수십년간 계속해서 지원은 받았지만 밑빠진 독처럼 물을 부으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다.
4. 반성과 개선
개도국은 자본이 없고 잉여 농지가 많기 때문에 해외자본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일부 맞을 수 있지만 천박한 자본주의 논리일 뿐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개발 자연환경은 그대로 놔둘수록 인간과 지구에 유리하다고 이미 결론이 났다.
지속적인 교육을 해야한다. 국내자본이든 해외자본이든 기업은 어쨌든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 자본 투입 초기에는 외부에서 고급기술인력을 도입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역에서 적응이 끝난 경우 지역 내 인재를 발굴하고 재교육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는 기업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첫번째 단추가 될 수 있다.
당연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지 않았지만 의무교육 강화와 함께 인증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인증서를 통해서 기업이 믿고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상호신뢰가 있지 않으면, 신입직원은 일자리가 없고 기업은 경력직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선순환 구조를 누가 짜느냐가 문제인데, 해외농장에서 뭔가를 뽑아가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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