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발과 생각들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야생에 가깝다

by chongdowon 2023. 3. 17.
728x90
  • 2022/08/09 17:17

지구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단세포에서부터 진화를 통해 다른 동식물들과는 다른 점을 갖추게 되었다. 화식, 뇌용량의 발달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른 영장류와는 차별되는 부분들을 진화의 과정으로 얻게 되었다. 상상력과 추론, 예측과 같은 능력은 야생의 동물들은 가지지 못했고, 이 같은 능력은 언어와 문자를 발달시키고 기록을 통해 역사라는 산물을 만들어 냈다.

 
현대에서는 과거를 뒤돌아 보고 예측을 하여 미래에 도래할 일을 대비하는 것이 일상화되었고, 이것이 고도화될수록 첨단선진사회라고 볼 수 있다. 
 
자연환경에서 가뭄과 홍수는 항상 맞닥뜨리게 된다. 다만 이로 인한 피해를 경감하기 위해 치산치수 사업을 하고 저수지를 개발하여 예측되는 불편함을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어제 96년만의 갑작스런 폭우로 서울 시내는 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전세계 최첨단 도시중 하나인 서울시가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로 위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날의 폭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서울시민이라기 보다는 처음보는 계곡에 버려진 기분이 아니었을까. 반면 캄보디아의 우기는 시간당 100mm 150mm의 비가 오는 경우가 매년 반복되기 때문에 침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 작은 나무로 만든 배가 하나씩 있을 정도이고, 도로에 물이 차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낚싯대와 그물을 가지고 물고기를 잡으로 온다. 서울시민과 캄보디아시민이 폭우에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역시나 예측 가능성에 있다.
 
지난 금요일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갑자기 길이 막히고 차가 더이상 진행하지 않아서 결국 내려서 조금 걸었다. 알고 봤더니 아세안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내빈들을 위해 공항 주변의 차량 통제를 하고 있어서 길이 앞뒤없이 꽉 막힌 것이었다. 만약 교통당국이 예측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하루 또는 몇시간 전에 공지를 했으면 우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서는 겪지 않을 야생의 경험이었다. 물론 나는 엄청나게 불편했지만 아마 대다수의 캄보디아 운전자들은 그냥 또 지나가는 뭔가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우리는 예측을 하고 행동을 결정한다. 예측은 경험이나 경험을 통한 통계적 수치를 기반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이런 확률이 자연계에서는 평균에 수렴하지만 짧은 개인의 경험이 반드시 평균에 수렴하고 내린 결론이 맞을까?
 
삶의 갈림길은 여러갈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모든 길을 가 볼 수는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우리의 경험은 한계에 부딪힌다. 결국 사피엔스 역시 태어나는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여타의 동물들과 같고 오히려 내일에 대한 두려움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야생에 가깝다기 보다는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더 불안한 내일을 사는게 인간이지 않을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