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발과 생각들

소리와 말은 다르다.

by chongdowon 2026. 3. 11.
728x90

 

부쩍이나 안 되는 영어로 일해야 하는데 특히 주도적으로 말을 많이 해야하는 상황이라서 머리가 어지럽다. 어떻게는 의미를 전달하려고 애는 쓰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뜻하는 바가 잘 전달되었는지 알 수 없다. 두가지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첫번째 상황은 내용 자체가 복잡해서 우리말로 설명해도 이해가 어려운 경우다. 여러번 설명하는 수밖에 없는데 물리적 시간의 한계가 존재한다. 두번째는 상대방의 이해도 혹은 받아 들이는 태도이다. 간단한 사안이고 주도적으로 해결하길 원해서 짧은 설명과 답을 요구하지만, 상대방은 결론을 못 내린다. 결국 길게 설명하는 것 보다는 명령에 가까운 지시를 내리는게 빠를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도 크메르어를 주구장창 썼지만 의미 전달이 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은 주문을 하거나 회사에서 지시를 내리는 경우여서 혼선이 있더라도 내 말이 맞다고 받아 들이고, 타협의 과정을 여러번 거치더라도 마찬가지로 내 의견이 주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업무를 떠나서 일상의 언어에서도 마찬가지를 겪는다. 아무리 길게 많이 말을 하더라도 청자의 지식 수준, 화자와의 관계, 현재 상황에 따라 의미가 잘 전달되거나 그렇지 않게 된다. 이심전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떨 때는 짧은 말이어도 의미를 다 전달할 수 있게 되는데 상호교감이 강할 때 일 것이다. 위 사례처럼 서로간의 공감이 부족하면 양방향 의사소통은 힘들다. 

그래서 어떤 날은 몇 시간이고 우리말과 영어로 떠들지만 집에 갔을 때는 목만 아프고 영혼은 비어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인간의 언어가 정교해지고 문자가 발명된 이후에 언어라는 것은 소리를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감정도 전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감정이 없거나 감정의 교류가 없는 말은 그저 소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내가 업무에 있어서 말을 많이 하면 쉽게 지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간적인 교류와 교감이 필요한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의 뉴스 멘트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을 맞대야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시기에는 육체적 교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했지만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전자기기를 통해서 충분하지 않지만 대화를 통한 상호교감을 형성할 수 있다. 문제는 역시 물리적 환경이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대화가 얼마나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서 전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오해없이 잘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인간이 갖춰야 할 생활의 공간에서 사람 대 사람의 물리적 교류가 없더라도 정신적 교감을 충만시킬 수 있는 대화가 있다면 외로움은 덜 발생하지 않을까

'도발과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견과 오해  (0) 2026.03.06
정보와 설득력의 상관관계  (0) 2026.02.27
인간관계의 확장과 축소  (0) 2026.02.08
말이 길어지는 경향이 생긴다.  (0) 2026.02.03
동남아시아의 만달라와 닭싸움  (0) 2026.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