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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

말의 장르

by chongdowon 2026.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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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장르 Genre는 우리 말로 갈래라고 바꿀 수 있다. 일상에서는 그나마 덜 겪지만 일 할 때는 자주 해야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의 갈래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아무래도 행정지원이라는 업무가 전문성이 필요하면서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상의 연장선에 있다보니 분야별전문성은 떨어진다.

농업만 하고 있을 때는 밥먹고 숨쉬는 것조차 전문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해야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이 일맥상통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망고를 먹고 있으면 망고의 재배시기, 수확시기, 방제방법을 얘기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망고의 원산지와 현재 전세계 물동량, 우리나라 주요 수입 품종과 국가, 수입국별 관세를 이야기 할 수 있다. 말의 갈래로 보자면 전문적지식이라고 볼 수 있다. 혹은 특정 분야 실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하는 일에서는 위의 사례처럼 깊게 얘기할 조건이 되지 않는다. 망고를 먹으면 망고의 가격과 맛만 중요하다. 가격과 맛은 시즌과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듣는 사람은 관심이 없다. 그리고 사람의 입맛이라는 것과 망고의 당도라는 것은 제각각이어서 같은 사람이 같은 망고를 먹어도 맛이 다르고, 다른 사람이 다른 망고를 먹어도 맛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유형의 대화에서는 불필요한 정보다. 말의 갈래로 따지자면 일상의 적당한 감정적 교류와 공감이라고 볼 수 있다. 적정량의 공감 능력이 있으면 된다.

말은 지식에서 부터 시작하지만 뜻의 전달은 인성 즉 공감력과 연결돼 있다. 훌륭한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감력이 떨어지면 정보전달은 실패한다. 제삿상의 바나나를 주제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맛이나 가격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바나나 무역의 공정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장르가 예술 작품을 구분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듯이, 말을 장르도 때와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활용되는 이유다. 뜻을 전하면 말을 잊는다고는 하지만, 뜻과 함께 말의 여운이 남게 되는데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말의 여운이 바로 말의 장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언어로 정보만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희를 시도하면 서로간 의사소통은 실패하게 된다. 갈래가 맞지 않은 표현법을 사용하여 뜻을 전달하고자 시도했기 때문인데, 마찬가지로 공감을 통해 서로 장르를 먼저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영화 연극 혹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것은 이런 장르의 작품이오라고 미리 예고하면 감상자는 장르에 적합한 수용상태(공감력)를 가동시키고 몰입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뜻을 전하는 말 혹은 글은 분명히 장르가 존재한다. 방송, 활자 등 대중적인 매체를 통하는 언어가 아니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발생하는 의미 전달과정은 갈래를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 정확한 그 뜻을 전달하는데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