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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과 생각들81

새로운 일과 뇌 가소성 뇌 가소성(뇌의 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은 뇌가 환경, 경험, 학습에 따라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서 뇌가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일으키게 된다. 퇴행성 뇌 질환들의 경우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이나 음주, 흡연 등의 영향이 아니라면 뇌 사용을 부분적으로 하게 되면서 나머지 부분들이 퇴화하게 된다. 반면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 육체 노동이든, 앉아서 머리를 쓰는 노동이든 - 처음에는 굉장히 적응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 진다. 바로 뇌 가소성 때문이다.꾸준히 책을 읽던 사람은 책을 읽는 속도가 빠르다. 특히 평소에 읽던 분야나 장르라면 읽는 속도와 함께 이해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뇌는 이미 익숙한 것에 대해서 발달해 있어서 쉽게 수용하기 때문이다. 연.. 2025. 6. 13.
농업과 농촌의 가치 지구에서 처음 생명체가 생겨난 것은 38억년 전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우연을 거쳐 황화세균에서 미토콘드리아가 생겨났고 물 속에서 육지로 생명체가 이동했으며 또 한참 뒤에 포유류에서 인류가 탄생했다. 최초의 인류는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온몸이 털로 뒤덮혀 있고 네발로 다녔다. 진화를 통해 두발로 일어설 수 있게되고, 단단한 턱과 큰 뇌를 가지면서 언어가 생기고 지능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지능이 발달하고 도구까지 사용하면서 사냥이 더 쉬워졌다.최초의 농경에 대해서 이전까지는 농경이 먼저 발달하고 남은 식량으로 부족과 종교가 발달했다고 믿어졌으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계급과 종교가 먼저 발달하고 농경을 통해 비노동계층에 식량을 공급했다고 밝혀지고 있다. 농경이 인류의 먹거리 걱정을 해결했다는 점에서는.. 2025. 5. 21.
친정과 뜰 친구들은 부모님댁을 본가라고 하던데,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나와 살아서인지 나는 항상 포항집이라고 한다. 같은 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부모님이 계신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결혼 후 한 곳에 정착한게 아니라 지역을 조금씩 옮겨 다니다 보니 새로운 집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이 살고 있다.잠시 포항집에 들렀다 가는데 집에 머무는 내내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쉬기만 하는데도 계속 졸리고 책이 안 읽혀진다. 마당을 걷고 고양이 만져주고 화단을 둘러보고 와도 다시 졸린다. 그런데 오늘 서울역에서 수속을 마치자마자 그 짧은 시간임에도 책이 읽힌다. 막혔던 부분이 술술 넘어가고 졸리지도 않는다.원래 살던 집에서 분가한 경우 원래 집을 본가라고 한다. 결혼한 남자들이 흔히 쓰고, 여자도 본가라 쓸 수 있지만 친정이.. 2025. 4. 3.
우리 모두는 농업인이라 생각하지만 농업을 전공하고 농업이나 농촌 분야 컨설팅을 하다 보면 자주 겪는 일이다. 적어도 40대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농업에 종사중이다. 90년대 생 이후로는 드물겠지만 그 이전 시대는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시거나, 본인이 어릴 때 경험했거나, 본인이 주말 농장 혹은 부모님 종사를 틈날 때 마다 돕는 경우다. 또 최근에는 이른 은퇴를 귀농귀촌으로 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런 분들은 젊은 자녀들이 간접적으로 농사를 경험하고 있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모두 농업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농업인은 임대한 땅이나 자신의 땅에서 직접 경작을 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나는 스무살에 농대에 입학해서 줄곧 농업이나 농촌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도 전업농이셨다. 기억력이 나빠서 어릴 적 기억이 많지는 않.. 2025. 1. 20.
동남아시아는 왜 가난한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는 포용적 체제와 착취적 체제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라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 간 불평등에 대해서 지리적 여건에 큰 바탕을 두는 총균쇠와는 문제 인식과 해결방법이 다르다.이 책은 다음에 자세히 보겠지만 동남아시아의 가난해 대해 언급한 부분과 지리적, 종교적 특성을 함께 이해해 본다.우선 또 다른 책 '동남아시아사'에서는 동남아시아의 특징적인 체제를 만달라로 설명하고 있다. 만달라는 일련의 동심원을 뜻하는 산트크리트어인데 힌두-불교에서 우주 질서를 표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상하가 명확하게 나뉘는 피라미드 체제와는 달리 세력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관계가 느슨해진다. 이 때문에 국경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특색도 보인다. 동심원의 중심과 바로 가까운 세력과는 후견인-피후견인 관.. 2025. 1. 3.
내란 수괴 체포 해방과 분단 그리고 625전쟁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에 대해서 아직도 박정희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현재의 젊은 세대들도 박정희와 전두환의 망령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실패한 이론이며 대중을 선동하기 위한 이론이라는 것이 명명백백한 지금도 과거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중앙집권화가 완성되었던 박정희 정권기에 박정희와 그 주변 세력들은 분명히 포용적 경제 제도를 취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경계를 바탕으로 한 매카시즘으로 미국의 눈은 한국에 집중해 있었을 것이고, 같은 맥락으로 자유시장체제를 표방한 한국을 미국은 경제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와 맞물려 내부의 산업혁명과 외부의 인력.. 2025. 1. 3.
엄마의 달력 새해가 되면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주고 받는다. 지인 부부에게 다이어리 두 권을 선물했더니 나도 다른 지인으로부터 다이어리 몇 권을 받았다. 요즘 다이어리를 쓸 일이 없어서 거절했더니 어차피 사무실에 남는거라고, 요즘 쓰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집에 가면 큰 숫자에 여백이 많은 달력이 거실 한 켠에 걸려있다. 오래된 집이 혹은 한 사람이 오래 살았던 집들이 대체로 비슷한데 가족들의 돌, 졸업, 결혼 사진이 주렁주렁 가을 감나무 달리 듯이 걸려있다. 그 와중에 흰 여백에 검은 글씨와 파란색의 광고가 있는 (주로) 농협에서 받아 온 달력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본인 말씀에 소녀시절에는 작은 공책에 글도 쓰곤 했다지만 이젠 손바닥에 들어오는 다이어리는 잘 보이지도 않고 글자 적기도 어렵.. 2024. 12. 23.
겉모습과 내면 겉모습만 보고 내면을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예로부터 관상이나 손금으로 사람을 운명이나 자질을 평가하기도 했다. 주역을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람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책 치고는 두께가 얇다. 게다가 주역의 괘를 보는 방법 역시 경우의 수가 많지 않은데 아마도 주역이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인구도 적고 산업도 다양하지 않아서 인간 생활이 단순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인간 삶의 모든 면면을 통계로 평균을 추출해서 역으로 거기 집어 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하물려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보다 더 추상적인 사람의 내면을 얼굴만 보고 맞추는 관상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맞을까. 선한 인상을 가진 범죄자가 얼마나 많으며, 애초에 선한 인상이라는 것은 어떤 주관인가. 비영어권 사람들은 미.. 2024. 12. 14.
치매환자 아빠의 기억과 집착 24년 11월 23일에 적어 둔 메모에 이어서 조금 보태본다.아빠가 치매로 많은 기억을 잃고 엄마나 가족들 힘들게 하는 건 슬픈 일이지만, 내가 항상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기억해서 조금은 다행이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추수 다 했냐, 나락 매상 댔냐, 양수기 전깃줄 걷었냐, 내년 정책자금 신청하냐처럼 딱 이 계절에 할 얘기들을 하시네. 그러면서도 오랜만에 기분 좋은지 은근슬쩍 고기 구워서 한 잔 하자는 말은 안 빼놓고 한번 하신다.노인성인지장애도 병이다. 아직까지는 증상만 알고 치료법도 제대로 없지만 늙어가는 병인 것은 확실한거지. 치매로 남은 기억이 고통이나 남을 증오하는 마음만 가득한 사람도 있던데, 아빠는 가족을 위해서 일에 대한 집착과 그 보상으로 받는 가족과의 오붓한 시간이 남아있나보다. 병.. 2024. 12. 7.
시골 고추방앗간 오랜만에 엄마 따라 고추방앗간에 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추를 빻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오고간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은 고추가 매운고추여서 내가 가져온 고추와 섞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고추가 참 좋다는 방앗간사장님의 말에 괜히 뿌듯해 하는 사람. 재체랜만에 엄마 따라 고추방앗간에 갔다. 김장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많아서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고추를 빻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여러 종류의 사람이 오고간다. 다른 사람이 내려놓은 고추가 매운고추여서 내가 가져온 고추와 섞일까봐 걱정하는 사람. 고추가 참 좋다는 방앗간사장님의 말에 괜히 뿌듯해 하는 사람. 매운 가루가 날리는 곳이어서 자연스레 재채기가 나오기 마련인데도, 보는 사.. 2024.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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